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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입력 | 2005-11-19 03:04:00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권윤덕 글·그림/28쪽·9500원·창비(4∼7세)

여자아이는 외동딸인가 보다. 집에 아무도 없으니. 엄마가 저녁이 되어서야 들어온다니 직장에 다니는 것 같다. 30쪽이 채 안 되는 짧은 그림책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의 배경은 일단 이렇게 넘겨짚을 만하다.

이야기는 식탁 아래 숨어 있던 여자아이와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서로를 노려보는 그림으로 시작된다. 언제나 혼자 집을 지키던 아이에게 고양이가 찾아온 것. 고양이도 아이도 눈은 경계심 반, 장난기 반이다. 입매가 길쭉하게 올라간 것이 싫은 눈치가 아니다. 사실은 반가운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란 녀석은 꽤 까다롭다. 안아 주려고 하면 도망가고 얼굴을 마주하면 눈을 감아 버린다. 마음껏 정을 주고 그만큼 정을 기대하기엔 고양이란 동물은 너무 도도하다.

그래서 일부러 모른 척했더니 고양이가 살그머니 다가왔다. 튕기니까 끌려 왔다. 그러더니 고양이가 따라하기 놀이를 한다. 아이가 신문지 밑에 숨으니 고양이도 숨고, 문 뒤에 옷장 속에 숨으니 고양이도 따라 한다. 파리를 쫓아다닐 때도 꽃 냄새를 맡을 때도 고양이는 아이만 따라 한다.

그림이 여간 호화로운 게 아니다. 옷장에 걸린 여러 벌의 옷, 꽃병에 꽂힌 풍성한 꽃의 빛깔이 화려하다. 책장에 쌓인 책 한 권 한 권에 빨강 파랑 노랑 등 온갖 색을 입혔다. 우리 전통 색상인 오방색(五方色·황 청 백 적 흑색)과 오간색(오방색의 혼합)을 쓴 것이라고 한다. 최근 불화에 푹 빠졌다는 동화작가 권윤덕 씨는 어린이들에게 전통 미감을 전해 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이가 고양이랑 한참 놀다가 밖을 내다보니 동네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같이 어울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는 달라지기로 한다. “내가 고양이를 따라 해야지!”

고양이처럼 깜깜한 창 밖을 살펴본다. 고양이가 밖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처럼 아이도 무섭지 않다. 고양이와 나란히 어둠 속을 응시하고 책상 위를 오르면서, 아이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동그란 초록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아이는 고양이처럼 몸을 크게 부풀린다. 마음도 부풀어 오른다. 어떤 것도 겁나지 않는다. 아이는 이제 고양이가 자기를 찾아왔던 것처럼 친구들을 찾아 나선다. 처음엔 아이와 고양이 둘뿐이었데, 마지막 장은 여자아이와 고양이와 동네 아이들이 어울려 뒷산으로 뛰어올라 가는 그림이다. 까다로운 고양이 녀석이 아이 마음을 키우고 외롭지 않도록 친구들을 만들어줬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