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형제 동화집/그림 형제 글·펠릭스 호프만 그림·한미희 옮김/전 3권·각 권 1만8000원·비룡소(초등1∼6년생)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빨간 모자’…. 너무나 유명한 이 이야기들의 저자는 ‘모른다’. 모두 독일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얘기다. 1812년 독일의 그림 형제가 옛이야기 210편을 모아 낸 ‘그림 동화’에 소개된 것들이다.
이 책이 그간 많이 나온 그림동화와 구별되는 것은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 펠릭스 호프만이 그림을 그렸다는 것. 200여 편의 동화 중 101편을 뽑아 그림과 함께 실었다. 그림 동화를 원전대로 읽는 맛도 맛이거니와, 삽화 자체가 훌륭한 텍스트 해석이라는 평을 받는 호프만의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령 ‘어부와 그의 아내’에서 욕심 많은 아내가 조르는 통에 넙치와 만난 어부의 그림이 그렇다. 아내를 대신해 넙치에게 소원을 빌어서 커다란 성을 갖게 됐지만 어부는 여전히 허름한 작업복 차림이다.
어부의 미안한 표정이 아니더라도 그가 얼마나 순박한지 알아챌 수 있다.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쓰러진 백설공주를 보고 얼굴을 가리는 난쟁이의 몸짓에서 난쟁이가 지극히 충성스럽다는 것을 짐작할 만하다. 삽화가의 섬세한 통찰력이 와 닿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