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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장영근]한국엔 머나먼 우주정거장 사업

입력 | 2005-11-19 03:04:00


미국이 주도적으로 추진 중인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사업은 과학기술 관련 국제협력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16개국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11월은 국제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이 상주한 지 만 5년이 되는 달이다.

미국은 고진공(高眞空), 무중력, 복사환경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우주환경을 이용하는 한편 달과 화성 등을 탐사하며 우주여행을 실행하는 중계기지로서 우주정거장을 세웠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궤도상에서 지속적으로 머물고 우주인이 거주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미국 단독으로 엄청난 예산을 감당하면서 건설하는 것은 무리였다. 1992년 미국은 유럽 11개국, 일본, 캐나다, 브라질 그리고 오랜 기간 우주정거장 ‘미르’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러시아 등 15개국을 끌어들여 본격적인 국제우주정거장 계획을 입안했다. 전체 무게가 약 450t이나 되는 각종 모듈과 자재 운송을 위해 35차례 이상의 우주비행이 필요한데 현재까지 우주왕복선이 17회의 우주비행을 했다. 조립을 완전히 끝내기까지 아직 18회의 추가 비행이 남아 있는 것이다.

건설 후 20여 년간 사용될 국제우주정거장에는 평균 7명의 우주인이 장기 체류하면서 우주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과 무중력 상태를 이용한 다양한 실험 및 관측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상태에서 강도는 높으면서 무게는 엄청나게 가벼운 신물질을 만든다든지, 효능이 높은 고순도의 의약품을 제조하는 것이다. 우주탐사선이 머물다 갈 임시정거장으로서, 그리고 추진연료 충전을 위한 정거장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인류에게 지구의 한계를 벗어나는 발판을 제공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우주정거장 건설과 운영에 장밋빛 미래만 기다리는 게 아니다. 우주정거장에서 장기간 머무는 생활은 단기간의 우주비행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일단 가동 시에는 효율성이 문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1984년 우주정거장을 계획할 때 예상한 건설비용이 약 80억 달러였으나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 및 운용비용이 1000억 달러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0배 이상 늘어난 엄청난 비용이다. 더욱이 이 비용의 3분의 2 이상을 미국이 지출해야 할 판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 시민의 세금만 잡아먹는 ‘우주 블랙홀’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우주정거장 건설은 불안한 궤도 변경, 아슬아슬한 우주유영 등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주정거장 건설은 지구 궤도 위에서 안전망 없이 고공 줄타기를 하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국제우주정거장의 건설 완료 목표가 2004년에서 2010년으로 변경됐으나 2003년 컬럼비아호 폭발사고 및 올해 7월 디스커버리호의 발사 때 발생한 단열타일 이탈 문제 등으로 이것도 지켜질지 불투명하다. 이제 남은 3기의 우주왕복선도 노후해 2010년이면 은퇴할 예정이다. 유럽과 일본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궤도비행선을 개발 중이지만 일정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계속 건설이 지연되면 모듈의 수명 한계 때문에 우주정거장의 전체적인 수명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미국 내에서 국제우주정거장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지만 우주 선점이라는 매혹적인 특권을 미국이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주정거장 건설은 인류의 우주 진출을 위한 도약대로서 꼭 거쳐야만 하는 관문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사업에 아직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기계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