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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예배 두려워말라” 中종교자유 압박

입력 | 2005-11-21 03:03:00


만 40세에 기독교 신자로 ‘거듭 태어난(born again)’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 아침을 교회 참석으로 시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러나 그 교회가 종교의 불모지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 한복판에 있고, 미중 정상회담을 2시간 앞둔 예배라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신앙생활을 넘어 부시 대통령의 ‘예배 외교’이자, 자유의 확산을 테마로 삼은 이번 동아시아 4국 순방의 상징적 이벤트가 되는 셈이다. 예배 참석은 19일 밤 도착한 부시 대통령의 첫 공식 일정이기도 하다.

20일 오전 7시 반. 부시 대통령 부부가 베이징 시청(西城) 구 시쓰난다(西四南大) 가 강와스(缸瓦市) 교회에 들어섰다. 베이징에서 ‘허가받은’ 5곳의 개신교회 중 하나로 1922년 설립된 곳이다.

찬송가 ‘기뻐하며 경배하세’가 울려 퍼졌고, 신도 400여 명이 기립박수로 부시 대통령 부부를 맞이했다.

부시 대통령은 맨 앞줄에 앉아 여성 목사가 중국어로 진행한 예배를 봤다.

부시 대통령은 예배를 마친 뒤 방명록에 ‘중국의 기독교인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이라고 썼다. 여성 목사와 위신리(于新粒) 베이징 기독교양회 주석은 그에게 중국어 및 영어 성경을 선물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중국 기독교인의 제한된 신앙의 자유에 대해 거론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기독교인이 공개적으로 예배하는 것을 두려워 말라.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믿음과 신앙을 포용하는 사회”라는 말을 남겼다. 배웅 나온 성가대원들에게 “여러분의 교회 안에 성령이 매우 충만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전 10시 반 톈안먼(天安門) 광장 옆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종교 문제를 빼놓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중국 정부엔 눈엣가시와 같은 티베트의 망명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거론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직접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은 “중국의 국가 상태를 고려해 가며 정치 민주화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주문과 무관하게 중국의 내부 사정에 따라 민주제도 도입을 결정하겠다는 말로, ‘완곡한 거절’의 뜻을 담은 것이다. 후 주석은 “두 나라 사이의 시각차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두 나라는 공통분모를 찾는 데 노력하자”는 말도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하나의 중국정책 지지를 재천명했고, 대중 무역역조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온 저평가된 위안화 절상 문제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거론했다.

후 주석은 기자회견에서 환율정책에 대한 확답은 하지 않은 채 “윈윈하는 방안을 모색했다”고만 답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