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대구지하철 2호선 전동차 안에서 방화 기도범을 격투 끝에 붙잡은 고교생 김형석, 최고영, 주세별(이상 영남공고 화공과 3년·왼쪽부터) 군. 대구=연합뉴스
달리는 지하철 전동차에서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30대 남자가 방화를 기도했으나 고교생과 소방관 등 승객 4명의 빠른 대처로 미수에 그쳤다.
19일 오후 1시 17분경 대구지하철 2호선 반월당 역에서 경대병원 역 방향으로 운행하던 2135호 전동차(기관사 김명운)의 5호 객차에 타고 있던 김모(33·대구 달성군) 씨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다 죽여 버리겠다”며 미리 준비한 바퀴벌레 살충제를 뿌리며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김 씨의 손에 든 분무기에서는 순식간에 불길이 1m가량 뿜어져 나왔고 이에 놀란 승객 50여 명이 비명을 지르며 대피했다. 다행히 불길이 불연재 등으로 시공된 전동차 내부로 옮아 붙지 않아 피해는 없었다.
승객들의 다급한 비명을 듣고 4호 객차에 타고 있던 경북 경산소방서 박수덕(朴洙德·49) 소방관이 객차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5호 객차로 달려와 불을 껐다.
이 순간 6호 객차에 있던 영남공고 김형석(18·3년) 군이 달려와 김 씨의 목을 손으로 내리치며 라이터와 분무기를 빼앗았다. 김 군의 같은 학교 친구 최고영(18), 주세별(18) 군 등 2명도 가세해 김 씨를 쓰러뜨린 뒤 팔을 뒤로 꺾어 제압했다.
김 씨는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5차례나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2001년부터 피해망상과 정신분열 증세를 보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20일 김 씨에 대해 방화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김 군 등 4명에 대해 용감한 시민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