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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토탈 해외 모바일 영업사원 박선영씨 스토리

입력 | 2005-11-21 03:03:00

휴대전화와 노트북 컴퓨터만 달랑 들고 중국 곳곳을 안방처럼 누비고 있는 삼성토탈 ‘여전사’ 박선영 씨. 중국으로 출퇴근하다시피 하는 그에게는 거대한 중국 대륙이 개인 사무실이나 마찬가지다. 김미옥 기자


휴대전화 1개, 화상대화용 웹캠과 MP3 플레이어, 옷의 부피를 줄이는 압축팩, 비즈니스 중국어 교재와 여행안내서 1권, 노트북 컴퓨터, 배터리 충전기….

종합화학업체인 삼성토탈의 수지수출팀 박선영(26) 씨의 출장 가방 명세표다.

그는 이 가방 하나 달랑 들고 거대한 중국 대륙을 종횡무진 누비는 맹렬 영업사원. 그의 정성과 발품으로 월 500만 달러(약 50억 원)의 계약이 이뤄진다.

박 씨는 여성으로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최초, 유일의 해외 ‘모바일’ 영업사원이다.

○ 종횡무진 월 500만 달러 계약

삼성토탈은 2001년 ‘모바일 오피스(Mobile Office·이동사무실)’라는 독특한 영업방식을 도입했다. 고홍식 사장이 “영업사원들은 근무시간에 내 눈앞에 보이지 말라”며 영업사원들의 책상을 치워 버린 뒤였다.

입사 3년차로 지난해부터 영업 업무를 시작한 박 씨는 지난달 전격적으로 중국 태스크포스(TFT)에서 일하게 됐다. 5명의 TFT 멤버 가운데 홍일점.

담당구역은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등 중국 북부지역. 중국 업체의 구매담당 임직원이나 사장 등을 찾아가 삼성토탈의 합성수지제품을 파는 게 그의 일이다.

박 씨는 거래처와의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 플라스틱의 원료가 되는 합성수지 공급가격과 규모를 결정한다. 그의 능력에 따라 삼성토탈의 중국 북부지역 수출물량이 결정되니 ‘최전방 특공대원’인 셈이다.

○ 선견지명으로 배운 중국어

“중국어 실력요? 회사에 처음 들어왔을 때는 한자로 이름 석 자 쓰는 정도였어요.”

박 씨에게서 건네받은 명함은 한쪽은 영문, 한쪽은 한문이었다. 중국이 활동무대니 한글 명함은 필요 없단다.

그는 입사 후 2년 동안 중국어학원 수업과 인터넷을 이용한 독학으로 중국어를 파고들었다.

“회사가 중국 쪽 사업을 많이 하니 나중에 반드시 필요할 것 같았다”는 게 중국어를 시작한 동기. 지금은 거래처와 비즈니스 협상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 됐다.

○ 또 다른 꿈을 찾아서

박 씨는 지난달 처음 중국 영업을 맡은 뒤 두 번 출장을 갔다. 지난달 10일부터 13일간의 장기 출장을 다녀왔고 이달 1일부터 5일간 다시 중국을 방문했다. 출장이라기보다 출근에 가깝다.

베이징 톈진 칭다오 창저우(滄州) 웨이팡(유坊) 지난(濟南)…. 비행기 택시 기차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한 곳에 갔다가 짐 싸고 다음 도시로 떠나는 고된 생활이다.

저녁에 호텔에서 인터넷 웹캠으로 가족 얼굴을 보는 게 유일한 낙.

하지만 박 씨는 “소중한 기회를 준 회사에 고맙다”고 했다.

“회사에서는 내게 비전을 제시했고 그 덕분에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에 가서도 심심할 틈이 없어요. 러시아 등 다른 해외 시장도 개척하고 싶습니다.”

박 씨는 21일 또 ‘보따리’를 싸서 중국으로 떠난다. 이번엔 3주일짜리 출장이다.

○ 잊지 못할 해프닝

가방의 비밀
박선영 씨의 중국 출장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간단한 소지품들. 오른쪽에는 옷을 말아 압축시키는 압축팩이 보이고 왼쪽에는 중국여행책, 비즈니스 중국어교재, 중국에서 쓸 수 있는 휴대전화, 헤드셋, 여권, 웹캠, 수첩과 노트, 배터리 충전기가 있다. 이걸로 중국 출장 준비 끝. 김미옥 기자

#1 엽기 화장실

“상하이(上海)에 갔을 때였죠. 우리나라 돈으로 200원 정도를 내고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꺅!’ 하고 비명을 질렀어요. 문을 열고 쓱 들어갔더니 옆 칸막이가 없어 사람들이 용변을 보는 게 다 보이는 거 있죠. 그때의 황당함이란….”

#2 전갈튀김에 돼지 피까지

“첫 출장 때였어요. 중국 거래처 사람들이 전갈튀김을 먹어보래요. 역시 여자라는 말 안 듣기 위해 눈 질끈 감고 먹었죠. 한번은 돼지갈비 살을 뜯어먹고 뼈 사이에 빨대를 꽂아 피와 섞인 살점 같은 걸 먹은 적도 있어요. 중국 사람들은 그렇게 먹는대나 어쩐대나.”

#3 ‘간!(원샷)’

“주량이 원래 소주 두 잔 정도예요. 그런데 중국에 가서 영업할 때는 어떻게 그리 술이 들어가는지…. 중국에서는 ‘원샷’을 ‘간’이라고 하거든요. 저녁에 거래처 사람들과 술을 마실 기회가 많은데 60도짜리 독주도 두 잔, 세 잔 연거푸 마셔요. 긴장을 하고 마시니 안 취하더라고요.”

#4 착각하지 마세요

“저를 보면 중국 사람들이 신기해해요. 이 분야에서 여자 영업사원은 처음 봤대요. 가끔 거래처 총각 사원이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중국어를 가르쳐 주겠다’며 접근할 때도 있어요. 중요 고객이라 자를 수도 없고…. 난감하지만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는 범위에서 선을 긋죠.”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