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한 곳에 맡긴 돈이 10억 원을 넘는다면 전체 재산은 대충 50억 원을 넘는다고 부자 고객을 관리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은 말한다.
부자들은 대개 주거래 은행에 전체 금융자산의 50%를 맡기고 나머지 절반을 다른 은행, 보험, 증권사 등에 분산해 맡긴다.
또 금융자산의 1.5∼2배 정도를 부동산으로 갖고 있는 것이 보통이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나 단독주택 외에 상가 같은 수익용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 많다.
조흥은행 서춘수(徐春洙) PB강북센터 지점장은 “주거래 은행에 10억 원을 예치한 고객의 전체 금융자산은 통상 20억 원 정도, 부동산 자산은 금융자산의 1.5배(30억 원)에서 2배(40억 원)이므로 전체 재산은 50억 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10억 원 이상을 맡길 정도의 재력을 갖춘 사람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한 시중은행 PB는 “물려받은 재산이 많거나 최고경영자(CEO) 자리까지 올라 스톡옵션으로 ‘대박’을 터뜨린 게 아니라면 일반적인 샐러리맨이 10억 원 이상의 현금 자산을 갖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PB는 “돈을 꾸준히 모아 50세 전후에 10억 원을 은행에 예치할 정도의 재력을 갖춘 사람은 대부분 집안이 좋고, 물려받은 재산이 있으며, 고학력이라는 3가지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은행에 10억 원 이상을 맡길 정도의 재력이면 경제적인 면에서는 노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의 분석(2003년 기준)에 따르면 60세 은퇴 후 부부가 상류층 수준의 생활을 하려면 월 378만 원이 필요하다. 85세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11억여 원이 있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일반적인 30, 40대의 주요 관심사가 ‘노후 대비’인 반면 부자들은 부(富)의 상속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자산 운용도 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 부동산은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도심의 상가 빌딩이나 장기적으로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의 토지에 주로 투자한다.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종신보험에 가입해 매달 수천만 원씩 불입하는 부자도 적지 않다.
하나은행 이지섭(李志燮) 웰스매니지먼트팀장은 “부자 고객이 가장 많이 문의하는 내용은 상속과 증여에 관한 것”이라며 “세금을 적게 내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부자들의 관심사를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