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입으로 활동했던 전여옥 대변인이 대변인직에서 물러났다. 만 20개월 만이다. 때로는 촌철살인으로, 때로는 독설로 기자들의 관심을 받은 그는 대변인의 논평을 ‘나침반’에 비유했다.
문 : 대변인직을 그만둔 소감은.
답 : “2004년 3월 처음 당에 들어왔을 때 국민 지지도가 7%대였다. 그런데 지금은 42%를 넘어서고 있으니, 당을 재건하는 데 미력이나마 보탰다고 생각한다. 대변인이라는 게 24시간 긴장 속에 있다. 20개월 동안 늘 긴장하고 늘 생각했다. 당을 위해서도, 개인을 위해서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문 : 논평에 대한 철학은?
답 : “특정한 사안에 대해 방향과 길을 제시하는, 이른바 나침반의 역할이 논평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모든 논평을 내가 직접 다 썼다. 나는 가급적 논평을 통해 침묵하는 다수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노력했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가슴이 터지는 사람들을 대신하려 애썼다. 논평의 제1 소비자는 기자들이다. 기자들이 내 논평에 관심을 기울인 것으로 보아 전여옥 대변인의 논평은 일정 부분 소비자층을 확보했다고 본다.”
문 : 대변인직을 수행하면서 당의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모두 보았을 텐데.
답 : “처음 한나라당을 들어왔을 때 국민 대부분은 이 당을 거부했다. 그러나 지금은 한나라당이 안 되면 어떻게 하냐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어떤 정당이든 갈등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그런 갈등을 헤쳐나갈 수 있는 저력이 있다. 한나라당은 앞으로 DJ 정부 5년과 참여정부 5년의 역할 및 기능이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
문 : 현장에서 본 기자들은 어떤 모습이었나.
답 : “기자를 했기 때문에 그들이 뭘 원하는지 잘 안다. 대변인직을 수행하면서 큰 도움이 됐다. 나는 어떤 경우든 노코멘트를 한 적이 없다. 확실한 대변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대변인직을 수행하면서 기자들을 후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제 대변인직을 그만뒀으니 선후배로 돌아가고 싶다. 한나라당이 어려움을 추스려 나가듯 기자들도 열악해진 언론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밥 먹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줄여 공부해야 한다.”
문 : 앞으로의 계획은?
답 : “대변인직을 수행하느라 하지 못했던 활동을 할 예정이다. 책 쓰고, 사람 만나고, 강연도 다니고, 개인 목소리도 낼 계획이다. 개인의 활동은 당이 정한 규정 속도와 다를 것이다.”
김시관 주간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