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샌디에이고)가 온다고 한다. 서재응(뉴욕 메츠)도 참가한단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얘기다.
내년은 이들에게 남은 선수생활이 걸린 중요한 한 해다. 박찬호는 내년을 끝으로 5년 계약이 마무리된다. 서재응 역시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야 한다.
WBC는 3월 3일부터 20일까지 열리지만 이전에 실시되는 합동 훈련 등을 위해서는 한 해 농사의 바탕이 되는 스프링캠프의 일부를 포기해야 한다. 개인으로 보면 큰 희생이다.
팬들의 여론도 이전과는 많이 다른 듯하다.
예전 같으면 국가 앞에 개인을 앞세우기 힘들었다. 그런데 박찬호나 서재응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팬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나라를 위하는 것도 좋지만 개인을 위해 WBC 참가를 정중히 고사하라”는 의견이 다수다.
그런데도 이들은 선뜻 참가 의사를 밝혔다. 물론 이들은 국가에 진 빚이 있긴 하다. 1998년 태국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이들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보상으로 받은 병역특례는 돈으로도 바꾸기 힘든 값진 것이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적 신분에 상응한 도덕적 의식)’라고도 할 수 있는 이들의 자발적 참여는 한국 프로야구의 많은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언젠가부터 한국야구대표팀은 ‘비자발적’ 선수들의 모임이었다. 2003년 삿포로 아시아선수권에서 대만에 패해 아테네 올림픽에 나가지 못한 것도 별다른 의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해 일본의 야구 영웅 나가시마 시게오 감독이 지휘한 일본 선수들은 ‘국기를 위해(For the flag)’란 모토 아래 하나로 똘똘 뭉쳤고, 아시아선수권 우승은 물론 아테네 올림픽 동메달의 쾌거를 이뤘다.
지금 상황은 그 반대다. 한국 선수들이 속속 WBC 참가 의사를 밝히는 데 반해 마쓰이 히데키(뉴욕 양키스), 스즈키 이치로(시애틀) 등 일본인 메이저리거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8개 구단은 WBC에 ‘다걸기(올인)’하는 반면 일본 프로야구 몇몇 구단은 공개적으로 불참 의사를 밝히고 있다.
1982년 세계선수권 결승에서 일본의 벽을 넘은 뒤 한국야구는 비약적인 발전을 맞았다. 한국인 빅리거들이 앞장서는 WBC 역시 한국 야구에 ‘제2의 르네상스’를 가져올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