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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日공연중인‘러시아국립발레단’국내 4개도시 순회

입력 | 2005-11-23 03:05:00


현대적 감각의 안무와 완성도 높은 기교. 12월 내한 공연에 앞서 일본 규슈(九州)에서 미리 관람한 러시아국립발레단의 공연은 ‘발레 강국’ 러시아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는 것이었다.

15일 후쿠오카(福岡) 인근의 아담한 도시인 이즈카(飯塚) 시 시민 홀. 객석을 가득 메운 1000명의 관객은 50여 명의 출연진이 2시간 30분 동안 펼친 러시아 발레의 진경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날 공연작은 발레의 고전으로 꼽히는 ‘잠자는 숲 속의 미녀’(Sleeping Beauty·사진). 발레 애호가라면 이미 여러 번 보았을 것이라는 점을 의식한 듯 제작진은 현대 관객의 감각에 맞게 안무를 재구성해 무대에 올렸다.

분홍빛 의상을 입고 나온 코르드발레(群舞)의 다이내믹하면서도 질서 정연한 왈츠가 1막에서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6세 생일을 맞은 오로라 공주와 각각 다른 네 개 나라에서 온 왕자들의 베리에이션이 상큼했고, 여섯 요정들의 독무도 각자의 개성을 과시하며 깔끔하게 진행됐다.

러시아국립발레단이 예술성뿐 아니라 가족 단위 관객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발레를 지향한다는 점은 고양이, 늑대, 양 등이 등장해 캐릭터 댄스를 춘 3막에서 분명히 확인됐다. 동물들의 익살스러운 춤이 연이어 펼쳐지자 어린이 관객들이 가장 즐거워했다.

‘파랑새 2인무’에서 돋보인 것은 남자 무용수 카잔 우스마노프의 박력 넘치는 도약과 시원한 착지. 볼쇼이, 키로프 등 러시아의 다른 발레단에 비해 국제적인 지명도는 떨어지지만 단원 개개인의 내공은 일급임을 과시하는 춤사위였다. 주역무용수인 나데스다 이바노바의 우아한 춤과 표정 연기는 이 발레의 하이라이트인 ‘결혼식 그랑파드되’에서 빛났다.

무용평론가 송종건(宋種建) 씨는 “세계 클래식 발레의 본산지인 러시아 발레의 넘치는 예술적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한 공연”이라며 “무엇보다 관객과의 호흡을 중시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평했다.

순회공연인 탓에 무대 장치가 급조된 듯한 인상을 준 것은 아쉬운 대목. 결과적으로 출연진의 역량을 무대 미술이 살리지 못했다는 점은 한국 공연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됐다.

러시아국립발레단은 러시아 인민예술가 출신으로 볼쇼이 극장의 솔리스트를 지낸 블라디미르 모이세예프가 1993년 러시아 문화성의 지원을 받아 창설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역량 있는 신인들을 영입하고 창의적인 안무와 새로운 표현 방식을 개발해 짧은 시간에 이름을 알렸다.

후발 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러시아의 유명 발레단 중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공연에 나서는 것도 특징. 올해에도 미국(3개월), 호주(2개월)에 이어 11월 한 달간 일본 전역을 돌며 순회공연을 했다.

러시아국립발레단의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에선 12월 3∼7일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리며 울산, 포항, 양산에서도 공연한다. 이번 내한 공연은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한국야쿠르트, 포스코, ㈜파이컴이 협찬한다.

이즈카(일본)=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