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미국농구개발리그(NBDL) 로어노크 대즐에서 뛰고 있던 방성윤은 무척 외로운 것 같았다.
당시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낯선 타향살이의 고단함을 털어놓았다.
원정경기에 가려면 10시간 넘게 버스에서 시달리며 새우잠을 자야 하고 식어빠진 햄버거와 냉동식품으로 끼니를 때워야 하는 신세. 스스로 ‘동물’에 비유한 육중한 체구의 미국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다 다쳐도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그래도 NBA 진출에 대한 희망과 부쩍 늘어난 자신의 기량을 말할 때는 목소리가 들떠 있었다.
그런 그가 22일 새벽 홀연히 돌아왔다. KTF에서 SK로 트레이드된 뒤 전격적으로 국내 무대에 복귀하기 위해서다.
밝은 표정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난 방성윤의 얼굴에는 1년 전의 지친 그늘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NBA를 향해 계속 노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어도 20대 초반의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현실의 짐을 일단 내려놓은 듯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방성윤은 이번 주말 국내 프로 데뷔전을 치른다.
그의 컴백은 분명 한국 프로농구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될 것이다. 1990년대 농구대잔치 출신 선수들이 여전히 코트를 지배하고 있는 정체된 코트의 현실 속에서 대형 신인의 가세는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방성윤이 농구의 고향에서 익혀 온 실력을 마음껏 펼친다면 금상첨화다. 그를 영입한 SK는 때맞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 듯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시즌 도중 뒤늦게 리그에 참가한 방성윤이 기존 선수들과 팀워크를 맞춰야 되는 부담을 덜어내고 편하게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방성윤에 대한 주위의 반응이 마냥 따뜻한 것만은 아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지명한 KTF로의 입단 과정에서 거액의 계약금을 둘러싼 감정 대립과 SK로의 선회 과정은 많은 잡음과 의혹을 일으켰다. 특히 NBA 진출을 노린다는 이유로 국내로의 복귀를 미루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팀으로 이적했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래저래 방성윤은 올 시즌 최고의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그래서 그가 코트에서 보여줄 모습이 더욱 기다려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