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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풍운아 최향남 “나도 메이저리거”

입력 | 2005-11-24 03:01:00


‘풍운아’ 최향남(34·투수·사진)의 메이저리그행 꿈이 마침내 이루어졌다. 그가 날개를 펼칠 무대는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명문 구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다.

최향남은 23일 저녁 늦게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클리블랜드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 스카우트인 제이슨 리(이승준)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식으로 계약서에 사인했다.

사이닝 보너스는 10만 달러(약 1억 원). 연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트리플 A 수준의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빅리그에 계속 머물게 되면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31만5000달러를 받는다.

이로써 최향남은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이상훈(전 LG·보스턴), 구대성(전 한화·뉴욕 메츠)에 이어 3번째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가 됐다. 이상훈과 구대성은 각각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와 오릭스를 거쳤기 때문에 순수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첫 번째 빅리그 진출이다.

2002년 말 애틀랜타에 입단한 정성기 이후 끊겼던 한국 선수의 미국행도 3년 만에 부활하게 됐다.

현재 한국에서 개인 훈련 중인 최향남은 2월 중순 미국 플로리다 주 윈터헤이븐에서 열리는 팀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한다.

돌이켜보면 다사다난했다. 1998년 LG에서 12승을 거두며 일약 에이스로 떠오른 최향남은 이후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2003년을 끝으로 방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후 대만 야구 진출 등을 시도하던 최향남은 시즌 중반 기아 유니폼을 입었다. 2004시즌 후 최향남은 해외 진출을 선언했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무관심뿐이었다.

올 초에는 혈혈단신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메이저리그의 문을 직접 두드려 봤으나 역시 실패했다. 최향남은 시즌 중반 다시 기아로 돌아왔다.

그러나 도전하는 자에게는 기회가 찾아왔다. 최향남을 눈여겨보던 클리블랜드가 테스트를 제의한 것. 최향남은 정규 시즌이 끝난 뒤인 10월 중순 혼자서 미국 플로리다로 날아가 비밀 테스트를 받았다.

최향남은 싱글 A 선수들을 상대로 3이닝 퍼펙트 6탈삼진의 빼어난 구위를 뽐냈고 곧바로 합격점을 받았다.

스카우트 제이슨 리 씨는 “최향남은 30대 중반의 나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몸과 좋은 구위를 가지고 있다. 몸값도 자유계약선수(FA)보다는 싼데다 성공할 잠재력을 가진 점을 높게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