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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약 제대로 먹이기

입력 | 2005-11-25 03:05:00


환절기, 감기 환자로 병원과 약국이 붐비는 시기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는 감기약 때문에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아내가 약국에서 일하고 승민이를 외할머니가 돌봐주던 시절, 모두 감기에 걸려서 콜록콜록할 때다. 어느 날 장모님이 아내에게 전화해서 약국에서 기침 시럽을 사오라고 했다.

“약 이름은 모르겠고 하여간 콜라색 시럽이고 맛은 좀 쓴데, 기침에는 그만이더라. 지난번에 의사선생님이 기침약을 바꿔 줬는데 너무 잘 들어서 옆집 아줌마하고 승민이랑 나눠 먹다 보니 그 약만 모자라네….”

‘콜라 색깔의 기침시럽이고 약간 쓴맛?’

아내가 곰곰 생각해 보니 분명 코데나 시럽일 듯했다. 집에 가서 확인해 보니 역시나! 그런데 그걸 두 돌밖에 안된 승민이한테 먹였다고?

코데나 시럽은 마약성 진해제라서 잘 듣는 사람에게는 정말로 기침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약효를 가졌다. 하지만 이건 어른에게만 해당될 뿐 아기에게는 전혀 해당이 안 된다. 몸에서 대사가 안 돼 약효가 제대로 나타나지도 않고 많이 먹으면 호흡억제 같은 무시무시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2002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원에서 처방받고 남은 감기약이나 다른 사람에게 처방된 감기약을 아이들에게 먹인 부모가 10명 중 4명꼴이었다. 또 이들 중 33.3%의 부모는 약효가 없는 것 같아서 복용량이나 복용 횟수를 임의로 늘려서 먹인 경험이 있었다. 의외로 많은 부모들이 별 생각 없이 자녀에게 약을 먹이는 것이다.

약은 돌떡처럼 나눠 먹는 음식이 아니다. 나에게 효과가 좋았던 약이 남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아기의 경우 간의 대사능력과 신장 배설기능이 어른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금하는 약도 많고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약도 많다. 따라서 어른들이 먹던 또는 바르던 약을 아이에게 주기 전에 약국에 물어보도록 하자.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땐 종합병원의 의약품정보실에 문의하거나 인터넷 의약품정보 전문 사이트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드러그인포(www.druginfo.co.kr)에서는 약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 및 약 모양 식별 검색이 가능하며 약의 기본적인 정보 외에 궁금한 사항은 의약품 Q&A를 활용하면 된다. 대한민국의약정보센터(www.kimsonline.co.kr)는 약 식별 검색이 가능하다. 또 임신 중 약물 복용에 대해 정리가 잘되어 있다. 출산의료 관련 영문사이트(www.perinatology.com/exposures/druglist.htm)는 임신과 모유수유 중에 엄마가 복용하는 약이 아기에게 미칠 영향이 궁금할 때 참고할 만하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