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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금 드려요”…이슬람 금융, 율법피해 고성장

입력 | 2005-11-25 03:05:00


이슬람 금융권이 ‘샤리아(이슬람 율법)의 덫’을 피해 국제 금융의 ‘큰손’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오일달러로 비대해진 아랍권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은 1조 달러(약 1038조 원)에 이르고, 이슬람 금융권이 전 세계에 투자한 금액만도 2500억 달러(약 260조 원)를 넘어섰다.

▽샤리아를 넘어=이슬람 금융권은 ‘만약 너희가 믿는 자들이라면 이자를 포기할지어다’라는 코란 2장 278절의 굴레에 수백 년간 얽매여 있었다.

샤리아는 돈을 빌려 준 경우에는 빌려 준 금액 이상을 받으면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또 돈을 어떻게 벌었느냐가 내세의 심판을 결정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이슬람 세계에서는 대출이자나 예금 이자가 인정되지 않았고 국채도 발행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이슬람 금융계는 이슬람 법학자들을 임원으로 적극 영입해 율법의 규제를 피해 가며 급성장하고 있다.

예금 이자는 투자배당이나 경비로 둔갑돼 지불되고 있다. 대출 이자의 경우도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 준 뒤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기업으로부터 배당이라는 이름으로 돈을 받는 형식이다. 이런 식의 이슬람식 모기지, 대출, 채권이 속속 등장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슬람권 최대 은행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상업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2003년 16%에 불과했으나 2004년에는 80%로 급증했다.

지난해 발행된 전체 이슬람 채권(수쿠크스)은 67억 달러(약 7조 원)였으나 올해는 2분기에만 65억 달러(약 6조8000억 원)나 발행됐다.

▽한계=하지만 샤리아의 굴레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이슬람 금융권의 가장 큰 고민은 투자 대상이 까다로운 점. 고정적인 이자 소득이 있는 금융기관 주식에는 투자할 수 없으며 알코올 산업, 돼지고기를 취급하는 회사, 군수산업, 도박, 연예산업에는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부채가 너무 많거나 외상거래가 전체 매출의 45%를 넘어도 안 된다.

샤리아가 투자를 인정하는 ‘비금융권이며 부채가 낮고 윤리적인 기업’은 다우존스 내 5200개 기업 중 37%가량인 1400개 정도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