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도시 근교에서 발생한 소요 사태에 세계의 많은 사람이 놀라움을 표시했다.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에 의외라는 반응들이었다.
프랑스의 정치권도 크게 놀라고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일반인으로선 이번 사태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벌어졌을 뿐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는 ‘단절’에서 비롯됐다. 정치권은 좌파 우파 할 것 없이 지난 30여 년간 방리유(대도시 근교 지역) 지역의 주택 및 실업문제에 대한 대책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그러나 모두 선언에 그쳤다. 실행된 정책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그 결과 대도시와 방리유 사이, 주류와 이민자 계층 사이는 서서히 분리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확실한 차별이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이런 차별은 이민자의 아이들을 자극했다. 통합 정책의 실패로 인한 단절과 불만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쌓여 오다 올가을 마침내 폭발한 것이다.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은 국가의 경제 상황이다. 특히 높은 실업률을 꼽을 수 있다. 고실업률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우선 피해를 끼쳤다. 바로 방리유의 젊은이들이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생활하는 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 젊은이들에게 생활 터전 바깥의 프랑스는 외국과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들의 뿌리를 부모의 출신 국가에서 찾을 수도 없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아무런 희망도 없는 삶을 사는 동안 ‘폭력’이 점점 그들의 언어로 자리 잡았다.
이들만의 표현 방식은 언어 자체에서도 일반적인 프랑스인과 차이가 난다. 최근 TV 토론회에서 한 젊은이가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사르코지 장관은 곧바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는 “정상적으로 말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그 젊은이는 “지금 정상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르코지 장관은 “만약 그게 정상적인 표현이라면 그건 당신이 사는 구역에서나 그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해프닝은 두 집단 간의 언어에 큰 괴리가 있음을 보여 주는 단적인 사례다. 의사소통의 문제는 필연적으로 오해와 불일치를 불러온다.
방리유의 질서를 바로잡겠다는 사르코지 장관의 선언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은 채 특정 부분만 부각돼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 언어가 다른 두 세계가 충돌한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실수를 거듭해 왔다. 방리유의 문제점을 인식하면서도 이 지역을 봉쇄하는 것만이 정부의 유일한 대책이었다. 하지만 문제 지역을 닫고 가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치안력이 모든 곳을 장악하고 불법 이민과 암거래 같은 불법 행위와 싸워야 했다. 그 뒤 외부와의 연결을 시도했다면 이런 사태까지 생기진 않았을지 모른다.
이제는 단절된 양측이 대화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인종 차별을 뿌리 뽑기 위한 사회적 통합을 서둘러야 한다. 1960년대 이후 이민자를 통합하는 데 있어서 교육분야에선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통합을 위한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인 고용에 있어선 실패였다.
프랑스 사회가 보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5월 외국인 혐오증 때문에 유럽연합(EU) 헌법에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은 이번 사태의 책임도 외국인에게 돌렸다.
현재 프랑스가 직면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선 보수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입견을 버리고 모두가 통합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방리유의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자신도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의 법과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제라르 뱅데 에뒤프랑스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