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내년부터 중고교생에 대한 한국 근현대사 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근대사 이전의 역사 위주로 서술되어 있는 역사교과서에 근현대사 내용을 보강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도 근현대사 문제를 더 많이 출제하겠다는 것이다.
근현대사 교육 강화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처한다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실패한 역사’라는 현 정권의 좌(左)편향 역사인식을 비롯해 역사교과서의 왜곡된 내용 등 객관적인 역사교육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 역사교육을 강화한다며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 준다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올 우려가 크다.
엊그제 실시된 수능에서도 그런 걱정이 현실로 나타났다. 사회탐구 영역의 한국 근현대사 문제에서 정치적 이념적으로 논란이 많은 소재의 문제들이 출제된 것이다. 신탁통치와 한일회담, 박정희 정권 평가와 같은 첨예한 의견 대립을 빚고 있는 정치 문제는 여러 개 출제된 반면에 경제, 문화사 등 광복 이후 큰 진전이 있었던 분야는 거의 배제된 것부터가 편향적이고 의도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출제자가 현대사 전체를 총체적으로 보지 않고 특정한 부정적 측면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수능은 고교 교육의 향방을 좌우한다. 이런 식의 출제가 역사교육 강화를 빌미로 계속된다면 국민 의식과 교육에 미칠 폐해가 작지 않을 것이다.
역사교과서가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편향적 시각으로 기술되어 있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수능 출제도 이런 교과서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들의 문제다. 현대사는 그동안 역사 연구에서 공백에 가까운 분야여서 이를 전공한 교사가 거의 없다. 이런 틈새를 이용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이념 편향성을 보이는 일부 교사가 드러내 놓고 자신의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치게 되지나 않을까 두렵다.
현 정권은 그들만의 역사의식 전파에 적극적이다. ‘광복 이후 친일파가 통치를 계승하는 바람에 미완의 광복이 됐다’는 역사관을 지닌 송기인 신부가 과거사정리위원장에 임명된 것도 파괴적 역사 청산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인사가 아닐 수 없다. 정치화된 역사교육의 회오리가 교육현장을 오염시키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