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드와 삼성생명이 법적 한도보다 많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삼성 계열사 지분에 대해 열린우리당이 ‘분리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초과 지분은 처분하게 하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초과 지분은 인정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4개월을 끌어 온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가 정부, 여당 안에서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여당 방침에 반대하고 있는 데다 지분 처리 방법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진통이 예상된다.
○청와대 절충안 받아들인 결정
열린우리당은 24일 국회에서 정세균(丁世均) 의장 주재로 정책 의원총회를 열고 ‘금융산업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개정안에 대한 당론을 확정했다.
이 방안대로라면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지분(7.23%) 가운데 5% 초과분은 의결권만 제한받을 뿐 팔지 않아도 된다. 반면 삼성카드의 삼성에버랜드 지분(25.64%) 중 5% 초과분은 처분해야 한다. 처분 시기는 개정안 시행 후 ‘5년 이내’가 유력하다.
이는 지난달 청와대가 제시한 분리 대응안과 같은 내용이다.
박영선(朴映宣) 의원 등 소장파가 주장한 ‘예외 없는 일괄 처분’과 재정경제부의 의결권만 제한하는 방침을 절충한 셈이다. 대기업 개혁 취지는 살리면서 기업의 부담도 줄이겠다는 고육책이다.
그러나 이상민(李相珉) 의원 등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은 “두 사안 모두 의결권 제한만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당론을 거부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위헌 가능성을 이유로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이혜훈(李惠薰) 의원은 “금산법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법”이라며 “법리 논쟁을 통해 여당 당론이 상임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최대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지배구조 어떤 영향 받나
금산법 개정안이 여당안대로 통과되면 ‘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다소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이 2.23%포인트 줄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9월 말 현재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갖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은 17.72%인 반면 외국인 지분은 54.13%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외국인 주주 2600여 명이 M&A를 위해 손을 잡기는 어렵기 때문에 삼성의 주장은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삼성카드가 갖고 있는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처리하는 문제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삼성에버랜드 지분 20.64%를 처분하려고 해도 매수자를 찾기 힘든 데다 비상장 회사라서 가격 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삼성에버랜드는 수익이 적어 배당이 없는 만큼 지분 인수자를 찾기 어렵다”며 “매각 가격도 어떻게 책정하든지 부당 지원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채규하(蔡奎河) 기업집단과장은 “초과 지분은 삼성의 다른 계열사나 삼성문화재단이 조금씩 사들이면 된다”며 “가격도 ‘상속과 증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산정하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