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의식불명 상태인 여의사의 영혼이 자신이 살던 집에 새로 이사 오게 된 남자와 집의 소유권을 두고 다툰다는 내용의 로맨틱 코미디 ‘저스트 라이크 헤븐’. 사진 제공 젊은기획
리즈 위더스푼(29)이 ‘주 종목’으로 돌아왔다. ‘금발이 너무해 2’ 이후 2년 만에 로맨틱 코미디에 컴백한 그녀가 황당무계하지만 참을 수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다시 도전한 것이다. 다음 달 1일 개봉되는 ‘저스트 라이크 헤븐’은 미국식으로 말하면 ‘사랑과 영혼’ 21세기 판이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귀신이 산다’ 할리우드 판이다. 사고로 오랜 혼수상태에 빠진 의사 엘리자베스(위더스푼)의 영혼이 자신의 집에 이사 온 독신남(마크 러팔로)과 집을 두고 옥신각신하다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
위더스푼을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예상과 달리 그녀는 지적이며 진지했고, 무엇보다 얼굴이 사과 한 쪽 크기밖에 안 되는 듯했다.
―영혼이 있다고 믿나?
“오래전 뉴욕에서 연극을 할 때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보았다. 리허설이라 객석에 아무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할아버지가 보이는 게 아닌가. 난 죽은 자의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우리가 느끼지 못할 뿐이지… .”
―그때 할아버지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아마도 ‘넌 너무 워커홀릭(일중독)이야’라고 하지 않았을까? 하하.”
영화 속 이미지 탓에 국내에선 위더스푼에 대해 ‘수다스럽고 머리가 나쁠 것 같지만 정말 깜찍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지만, 미국인들은 ‘신분 상승’과 ‘자기 관리’란 단어를 떠올린다. 미국 남부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명문 스탠퍼드대 영문과를 나와 미남 배우 라이언 필립(31)과 결혼하며 화제를 뿌렸다. 딸 에바(5) 양과 아들 데콘(2) 군을 두면서 그 흔한 스캔들 하나 흘리지 않는 자기 관리로도 유명하다. 이날도 그녀가 가장 즐겨 사용한 단어는 ‘경력(My career)’과 ‘가족(My family)’이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영화 ‘저스트 라이크 헤븐’의 시사회장에 참석한 주연배우 리즈 위더스푼(왼쪽)과 마크 러팔로. 사진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이 영화에서 당신은 프로페셔널하고 당찬 여성 캐릭터로 나온다. 당신 스스로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가.
“내겐 딸이 있다. 나는 (관객보다) 내 아이에게 ‘보이고자’ 노력한다. 강하고 성취감 강한 배우이자 엄마가 되고 싶다. 나에겐 그게 중요하다.”
―아이들은 엄마의 직업을 어떻게 생각하나.
“얼마 전 차에서 내리는 딸을 파파라치가 촬영했다. 옆에 있던 딸 아이 친구가 ‘저 사람이 왜 네 사진을 찍지?’라고 물었는데 딸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더라. ‘다 그런 거지 뭐.’(웃음) 너무 귀엽지 않은가. 걔는 달관했다.”
이때 휘핑크림이 잔뜩 얹힌 카푸치노가 위더스푼 앞에 놓였다. 커피를 슬쩍 보더니 고개를 휙 돌렸다. 다급히 뛰어온 매니저가 블랙커피를 다시 가져왔다. 위더스푼은 한 모금 마시더니 “그런 건(크림) 소리 지르고 싶을 정도로 싫어요. 살쪄요” 했다. 기자는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참 독하다’고 생각했다.
―코미디가 어울린다. 본인 스스로도 재밌는 인물이라고 생각하나.
“모르겠다. 사람들은 보이는 것 그대로를 믿지만 가끔은 다른 모습도 있다. 코미디에서 중요한 건 편안함이다. 관객들이 내가 하는 다음 말을 기다리는 것이 즐겁다.”
―영화 속에서 당신은 남자를 집에서 몰아내기 위해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는데….
“5개월간 3명의 노래 코치에게 매일 3∼10시간 레슨을 받은 거다.(웃음) 배우면서 많이 울고 소리도 질렀다. 난 사실 노래에 재주가 없다. 어릴 때는 컨트리 가수가 꿈이었긴 하지만 말이다.”
―또다시 로맨틱 코미디 제안이 들어온다면….
“이제 나이도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더 해야지.(웃음) 로맨틱 코미디는 여주인공을 언제나 사랑스럽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니까.”
로스앤젤레스=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