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초연 이후 8년 만에 새롭게 단장해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 ‘겨울나그네’. 초연 때와 달리 ‘극 중 극’ 형식으로 안톤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가 삽입됐다. 사진 제공 에이콤
민우, 다혜, 현태…..
1970, 80년대 젊은 시절을 보냈던 중장년 층이라면 이 이름만으로도 기억 너머 묻혀 있던 첫사랑의 아련한 아픔을 새삼 떠올릴지 모르겠다.
젊은 날의 순수했던 사랑과 상처를 그린 ‘겨울나그네’가 돌아왔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제작사인 에이콤이 제작해 1997년 초연 이후 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지는 뮤지컬 ‘겨울나그네’. “거의 뼈대만 남기고 싹 바꿨다”는 윤호진 연출의 설명처럼 극의 형식부터 무대장치까지 모두 새롭다.
중장년층에게는 1984년 출간된 최인호의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과 곽지균 감독을 스타로 만든 강석우 이미숙 안성기 주연의 영화로 더 깊게 각인된 작품이다.
대학생인 민우와 다혜는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민우는 자신의 출생에 얽힌 비밀을 알게 되면서 방황하게 되고, 결국 동두천 어느 클럽의 보스가 된다. 여기에 민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다혜를 사랑하는 민우의 선배 현태와, 클럽에서 일하는 은영의 민우에 대한 사랑이 곁들여진다.
초연 때와 달리 이번 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극 중 극’ 형식으로 안톤 체호프의 연극 ‘갈매기’가 삽입됐다는 점. 이에 따라 원작이나 영화에는 없던 인물에 대한 설정도 추가됐다.
주인공 민우는 ‘갈매기’를 준비하는 대학 연극반 학생으로 자신의 상대역인 ‘니나’를 맡을 여학생을 찾다가 다혜를 만난다는 것.
연출을 맡은 윤호진 씨는 “젊은이의 방황과 비극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는 두 작품은 상당부분 맞닿아 있다”며 “극 중 극인 연극 ‘갈매기’는 민우와 다혜의 사랑과 혼란 그리고 갈등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파국으로 끝나는 두 사람의 사랑을 암시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 2막의 시작과 공연의 마무리를 장식할 애니메이션의 도입도 초연 때와는 달라진 부분이자 새로운 시도.
1막에서 민우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다혜와 부딪치는 장면, 2막 초반에 막 교도소를 나온 민우가 동두천 야경을 배경으로 걸어가는 장면, 그리고 마지막에 죽은 민우가 자전거를 타고 동두천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 등은 일러스트 느낌의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달된다.
달라진 무대장치와 미술도 눈길을 끈다. 초연 당시 22번이나 바뀌며 다소 산만한 느낌을 줬던 무대전환 횟수를 절반 가까이 줄였다.
무대 뒤를 빽빽이 채우는 자작나무 숲은 ‘겨울나그네’ 작품의 쓸쓸하고 스산한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배경이다.
민우 역에는 민영기와 최근 뮤지컬 계에서 상한가인 오만석이 더블 캐스팅됐다. 다혜 역에는 전소영과 윤공주, 현태 역에는 서범석과 이상현이 번갈아 출연한다. 방황하는 민우가 찾아가는 클럽에서 일하는 은영 역에는 백민정과 양소민이 더블 캐스팅됐다.
12월 1∼25일 화∼금 오후 8시, 토 3시 7시, 일 2시 6시. 주말(금요일 저녁 공연 포함) 공연보다 평일 공연이 1만 원씩 싸다. 화∼목 3만∼9만 원. 금∼일 4만∼10만 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575-6606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