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계열사 가운데 종합상사의 인기가 가장 높았던 시절이 있었다.
삼성물산 LG상사 ㈜대우 현대종합상사 SK글로벌 등은 각 그룹이 생산한 물품의 수출을 전담하는 창구 역할을 했다.
‘수출만이 살길이다’라고 외쳤던 1970년대, 이들 기업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최고 기업으로 꼽혔다.
종합상사가 출자해 각 계열사의 대주주가 되면서 회사의 힘도 커졌다.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 노릇을 하게 된 것.
그러다 보니 그늘도 생겼다. 외형을 키우고 ‘은밀한’ 자금을 만들기 위해 일부 종합상사는 분식 회계를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종합상사는 환골탈태해 이제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룹 계열사들이 수출 물량을 종합상사에 몰아주는 관행도 사라졌다.
이들 기업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아야 했다. 삼성물산과 LG상사. 두 회사는 새로운 수익구조를 잘 갖춘 종합상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건설부문 영업이익 절대적 삼성물산
삼성물산과 LG상사가 하는 일을 보면 무역회사로 단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삼성물산은 오히려 건설회사에 가깝다. 이 회사는 1995년 삼성건설을 합병하며 건설업에 진출했다. 지금은 이 부문이 주력 사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무역 부문 매출은 3조5326억 원, 건설 및 주택 부문 매출은 3조5726억 원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무역 부문이 93억 원인 것에 비해 건설·주택 부문은 1777억 원에 이른다. 건설·주택 부문이 회사를 먹여 살리고 있는 셈.
반면 LG상사는 무역회사 성격이 강한 편이다. 하지만 이 회사도 수익성을 따져 보면 무역보다 패션 분야가 뛰어나다. LG상사는 1992년 반도스포츠를 합병하면서 패션 사업에 진출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무역 부문 매출은 4조1603억 원으로 패션 부문(3725억 원)의 10배가 넘는다. 하지만 무역 부문 영업이익은 740억 원으로 패션 부문(392억 원)의 갑절을 넘지 못한다.
두 회사 모두 무역업의 한계를 건설 또는 패션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방법으로 돌파한 것.
○매출비해 수익성 큰 패션의 LG상사
삼성물산과 LG상사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지배구조에 있다.
두 회사 모두 과거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많은 계열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주식은 아무리 돈이 필요해도 팔 수 없는 것이었다. 그룹의 지배구조가 걸린 주식이기 때문. 삼성물산은 여전히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수많은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다행히 삼성전자 등 보유 주식의 주가가 많이 올라 평가이익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이 주식은 사실상 처분할 수 없는 것이다.
반면 LG상사는 LG그룹에서 떨어져 나가 GS그룹과 LS그룹이 각각 출범하면서 차근차근 보유 주식을 정리하고 있다.
올해 LG에너지 주식을 GS그룹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2003년부터 LG마이크론, 우리투자증권(옛 LG투자증권) 등의 주식을 팔아 부채 비율을 낮췄다.
○ 삼성물산, 이 점이 포인트 9월까지 건설·주택 부문이 부진했지만 4분기(10∼12월)에는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특히 자산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주식이라는 점이 매력이다. 투자 의견은 ‘매수’, 목표 주가는 2만3000원.(현대증권 이상구 연구원)
○ LG상사, 이 점이 포인트 4분기는 패션산업의 최대 성수기로 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무역과 패션 부문이 분할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것도 주가에는 긍정적이다. 투자 의견은 ‘매수’, 목표 주가는 2만4000원.(부국증권 김성훈 연구원)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