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한명에 의료진 10여명23일 오전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에서 한 정신지체 장애인을 치료하기 위해 10여 명의 의료진이 달려들고 있다. 정신지체 장애인은 언제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몸을 고정시켜야만 진료를 할 수 있다. 사진 제공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23일 오후 개원 100일을 맞은 서울 성동구 홍익동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진료실.
힘들게 치료를 마친 한 정신지체 장애인 아들이 문 앞에서 아버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워어어어.”
이 병원 이충복(李忠馥) 부원장은 “자기 때문에 옆에서 팔다리 붙잡고 속상해하던 아버지를 위로하려고 그러는 것”이라며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치료 중에 갑자기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여러 사람이 잡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 대상 치과병원으로는 국내 최초인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 23일로 개원 100일을 맞았다.
공식 개원일은 9월 26일이지만 그보다 한 달 앞선 8월 16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던 것.
지하 1층, 지상 3층의 이 병원은 지금까지 장애인 600여 명을 치료했고 내년 6월까지의 진료가 이미 예약이 끝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같은 규모의 일반 치과병원에 비해 환자가 적은 것은 이들이 일반인과는 달리 치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 보통 30분에서 길면 3시간까지도 걸린다. 의사 5명을 포함해 모두 2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흔히 ‘일반 치과를 가면 되지’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은 진료대에 스스로 앉을 수 없기 때문에 두세 명이 들어서 올려야 한다. 정신지체 장애인의 경우는 더욱 힘들다. 언제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 없기 때문.
이 때문에 간단한 치료라도 의사, 어시스트, 환자를 고정시키는 사람 등 3∼5명이 항상 필요하다. 이날 오전에 병원을 찾은 몸무게가 110kg이나 나가는 한 정신지체 장애인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 위생사 등 17명이 달려들어야만 했다.
그나마 익숙해진 의사에게만 입을 열기 때문에 손이 빈 다른 의사가 치료를 해 줄 수도 없다. 이들을 위한 고정 도구 등 특수 장비가 필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병원을 이용하려면 서울시 거주 장애인임을 증명하는 복지카드가 있어야 하고 응급환자가 아니라면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는 비급여 진료수가의 50%를, 일반 장애인은 20%를 할인한다. 또 61∼64세 노인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의치(틀니)를 무료로 해 준다. 65세 이상은 기초생활수급자 외에도 무료다.
이날 아들과 함께 병원을 찾은 김모(47) 씨는 “일반 병원에서는 진료가 힘들다고 아예 정신지체인 아이를 받아 주지도 않았다”며 “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이가 아파도 10여 년간 치과 문턱에도 가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부원장은 “서울시에 등록된 장애인만 28만 명”이라며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이들을 모두 치료해 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02-2282-0001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