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민선 총재’인 박용오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물러난다.
박 총재는 25일 KBO 홍보팀을 통해 ‘일신상의 이유로 12월 11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마친 후 KBO 총재 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혔다.
박 총재는 1998년 12월 제12대 총재로 선출돼 7년 동안 KBO를 맡아 왔다.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7월에 불거진 두산그룹 형제들 간 경영권 분쟁인 일명 ‘형제의 난’ 파문 속에 조기 퇴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 이전에는 정치권 인사들이 총재 직을 맡아 일해 왔다. 정치권의 변화에 따라 잇달아 총재가 바뀌는 악순환이 반복되자 8개 구단은 1998년 당시 OB의 구단주이던 박 총재를 만장일치로 수장에 옹립했다.
박 총재는 재임 기간 중 자유계약선수(FA) 제도 도입, 쌍방울과 해태의 성공적인 매각, 타이틀 스폰서 계약 및 중계권료 다년 계약, 프로-아마야구 통합 등 굵직한 현안들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
후임 총재로는 신상우 전 국회 부의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시 ‘관선 총재’ 시대로 복귀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는 않지만 현재 구단주 가운데서 차기 총재를 희망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7선 경력의 전의원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10년 선배이기도 한 신 전 부의장은 “아직 구체적인 얘기를 듣지는 못했다. 만약 추천이 있다면 맡을 생각은 있다”는 뜻을 측근을 통해 밝혔다.
KBO는 12월 중순 이사회를 열고 재적이사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후임 총재를 추천할 예정이다. 추천 후보는 구단주 모임인 총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얻고 감독관청인 문화관광부의 승인을 얻으면 정식 총재로 취임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