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리 포터’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또 한 편의 영화가 개봉되는 등 ‘해리 포터’ 열기가 6년째 계속되고 있다. 뛰어난 상상력과 판타지의 신비함이 이 책의 매력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뿐만 아니라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소설이나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가상공간의 게임 등도 그 핵심은 결국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서구 문화에서 상상력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뿌리는 결국 신화로 이어진다.
그런 점에서 ‘그리스 로마 신화’는 청소년들에게 상상력을 키워 주고 나아가 서양 문화의 토대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신화는 상징과 비유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아주 오랜 옛날 사람들은,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고, 들판에 곡식이 자라고, 또 사람의 생로병사에 대한 설명을 모두 신화로 대신했다. 그 당시 사람들에게는 신화가 세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은 1855년 출간된 토머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이 책은 많은 사람이 번역을 했고, 또한 많이 읽었다. 하지만 불핀치의 신화에는 무엇인가 부족한 면이 있다. 단순하게 신과 영웅들의 계보와 일화를 소개하는 데 그치고 있어, 복잡한 그들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쉽게 지치고 만다. 또한 이런 이야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도무지 설명이 없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불핀치의 한계를 넘어 신화의 본래적 의미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나아가 우리의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 준다.
총 3권으로 이뤄진 이윤기의 신화 책은, 2000년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2002년 ‘사랑의 테마로 읽는 신화의 12가지 열쇠’, 그리고 2004년 ‘신들의 마음을 여는 12가지 열쇠’로 각각 주제에 대한 독창적인 가이드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이야기꾼인 저자 특유의 문체에 있다. 기존의 그리스 로마 신화 번역서들에서는 지루하거나 신들의 관계가 너무 복잡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윤기의 책은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쉽고 재미있게 내용을 풀어 나간 덕분에 평소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다.
크레타 섬의 미궁 속에서 미노타우로스의 먹이로 던져진 테세우스를 살려낸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처럼, 이윤기의 지도(地圖)는 우리가 신화 속에서 각자의 상상에 맞는 보물을 꺼낼 수 있게 도와준다. 또한 책에서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그림과 사진들은, 신화의 상상력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자연과 세계에 대해 신화적 사고를 하던 인간은 프로메테우스의 도움으로 ‘불’을 얻고 문명을 이룬다. 그리고 어둠을 밝혀 준 ‘불’은 인간에게 이성과 합리성의 시대를 열어 줬다. 신화는 현상에 대해 더는 아무런 설명도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은 불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찾아온 ‘마법의 시대’의 기원이 오랜 신화 속에 있다면 더욱 냉철한 머리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시대의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윤신혁 경기 일산대진고 논리학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