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교생 논술 주제
최근 한국 김치가 국제적 음식으로 인기를 끌면서 중국산 김치와 일본의 ‘기무치’도 국내외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현지 입맛에 맞게 개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고유 음식문화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치의 세계화와 전통 문화 계승을 어떻게 조화할 수 있는지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이강균 인천고 3학년
김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김치의 세계화는 세계무대에서 우리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①위상을 떨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김치의 세계화를 어떻게 이루어내는 것이 ②옳을까. ③혹자는 ④우리가 김치를 외국인의 입맛에 맞게 새롭게 개발한다면 그것은 이미 김치로서의 생명을 잃은 것이므로 한국적인 김치의 맛 그대로를 살려 외국인에게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⑤음식 역시 생명을 갖고 있는 것이므로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조금씩 변해 왔고, ⑥앞으로도 계속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화를 위해 외국인의 입맛에 맞춰 ⑦조금 변형시킨다고 해서 김치가 갖고 있는 본래적 의미가 퇴색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또 혹자는 ⑧‘우리는 우리의 고유한 음식 문화 김치를 지켜내야 하므로 외국인의 입맛에 맞춰 개량시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며 있는 그대로의 김치의 맛이 가장 한국적이고 좋은 것이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무가 너무 곧으면 부러지기 쉬운 법이다. 조금의 변형도 허용하지 않은 채 너무 굳건히 ‘우리의 것’만 강조하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하지 ⑨못하게 되기 십상이라는 뜻이다. ⑩물론, 너무 외국인의 입맛에만 맞추다가 김치 본래의 맛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이미 김치가 아니므로 김치의 세계화라는 본래 의미도 잃은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개량과 우리의 전통적인 음식 문화의 계승을 적절히 조절하여 한국적이면서도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는 김치를 만들어내는 길은 분명 있을 것이다. 세계무대에서 승리하려면 우리의 것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면 우리 한국은 머지않아 세계무대에 당당히 위상을 떨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 첨삭지도
①부적절한 표현. ‘위상을 높이는’으로 고칠 것
②문제를 제기하는 맥락이므로 물음표를 쓸 것. ‘옳을까?’
③이 문장부터 단락을 바꾸어 본론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④큰따옴표를 사용하여 인용한 것임을 보여 주는 것이 좋겠다.
⑤음식이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의 의미가 모호하다. ‘음식도 문화의 일부이므로’로 고치자.
⑥‘앞으로도’와 ‘변할 수도’에서 둘 중 하나에서 ‘도’를 빼는 것이 자연스럽다.
⑦모호한 표현이다. ‘조금’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서 김치의 정체성 유지 여부가 판가름 나게 되므로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⑧내용상 앞의 인용문(④)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제시한다면 감점의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큰따옴표를 사용하여 인용임을 보여 주는 것이 더 좋겠다.
⑨‘못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로 고치면 더 자연스럽다.
⑩이 문장부터 단락을 바꾸어 결론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 총평 -‘조금’‘어느 정도’표현보다 구체적인 단어 선택해야
짧은 글에서 서론-본론-결론의 형식을 본격적으로 갖추려고 하면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글처럼 단락을 전혀 구분하지 않을 경우 글의 논리적인 구조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본론을 쓴다는 기분으로 접근하되, 첫 단락의 앞부분은 도입, 마지막 단락의 뒷부분은 결말이라는 느낌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 글의 경우는 내용상 서론-본론-결론이 이미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단락을 구분해야 한다.
이 글의 긍정적인 측면은 자기 입장을 분명하게 정하고 논쟁적으로 접근했다는 것이다. 상대 입장의 주장을 정리하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기함으로써 자기 입장을 정당화하는 방식을 취했다. 논술이란 글의 성격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술의 기본은 갖춘 글이다. 그리고 상대 주장의 타당한 점도 슬며시 인정해 줌으로써(⑩), 균형 잡힌 입장에 서있음으로 보여주려고 한 점도 좋다.
그러나 이 답안의 가장 큰 문제는 요구사항에 대해 구체적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치의 세계화와 전통 문화 계승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는지 묻는 것이 논제의 핵심이다. 따라서 이 답안처럼 조화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할 경우, 어떻게 해야 가능한지 그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면 조화의 가능성이 확보되기 힘들다. 조화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은 ‘조금’ 변형시키고 ‘어느 정도’ 개량해서 ‘적절히’ 조절할 수 있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강조함으로써 구체적인 논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교수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 생각 넓히기
①고추와 마늘이 많이 들어간 전통적인 김치를 중심으로 제품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각기 다른 기후에 따라 다양한 성질의 배추가 생산되며 다양한 입맛에 맞춰 다양한 양념이 필요하다. 김치의 본질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소비자 주권을 인정하며 다양성을 무기로 마케팅을 실시해야 한다.(경제, 사회문화)
②세계화에 성공한 식품들은 먼저 고유의 특징을 기반으로 확고한 ‘브랜드’를 구축해 국제 표준화를 실현한 뒤 각국 소비자의 입맛에 맞추는 현지화 전략을 구사했다. 김치도 브랜드 확립·표준화 단계에서는 고유 요소를 강조하되 현지화를 위해 외래 요소를 적극적 수용할 필요가 있다.(경제, 사회문화)
③김치는 조류인플루엔자(AI)·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식중독 예방효과와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고, 슬로 푸드(slow food)와 다이어트 식품의 요소가 있어 참살이(웰빙) 음식의 요건을 갖췄다. 발효음식인 김치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필요하며, 그 효능을 배가할 수 있는 기술혁신이 있어야 한다.(경제, 사회문화)
최강 최강학원 원장
■ 고교생 다음(12월 6일) 주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휴대전화와 MP3플레이어 등을 소지했다가 시험성적이 무효가 되고 1년간 수능 응시자격이 박탈될 위기에 처한 수험생들이 있다. 해당 수험생과 학부모 단체는 과도한 처벌로 수험생의 평등권과 학습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능 부정을 예방하기 위해 법률의 규정에 의한 정당한 조치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사회의 공공 질서유지의 차원에서 이번 조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고교생은 12월 2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 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