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스님의 산문집 ‘홀로 사는 즐거움’에는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에게 내복을 선물 받은 사연이 들어 있다. “제가 첫 월급을 타던 날 누군가 곁에서 어머니 내복을 사드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한테는 내의를 사드릴 어머님도 할머님도 계시지 않았습니다…스님의 생신에 무엇을 살까 생각하다가 내의를 사게 된 것은 언젠가 그 울음으로도 풀 수 없는 외로움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내복이 어느덧 우리 생활에서 사라졌나 싶더니 요즘 다시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한다. 필자도 한때 옷맵시가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복 입기를 꺼렸으나 지난해 겨울부터 다시 입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 조금은 불편하고 부자연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내복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아닌가. 포근한 감촉이 피부에 와 닿는 느낌은 입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겨울철에 내복을 입은 후 얇은 옷을 여러 겹 껴입고 난방온도를 3도씩 낮추면 전국적으로 1조500억 원의 에너지비용이 절약된다고 한다. 또한 실내에 있다가 실외로 나갔을 때 커다란 온도차를 느끼면 몸에 부담이 되는데 그것을 막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내복을 입는 것이다. 고유가로 경기마저 어려운 이 겨울철, 내복을 입는 일은 내 몸을 따뜻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연료비 절감으로 결국 경제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의 경우 미국은 19.3도 이하, 영국과 프랑스는 19도 이하의 실내온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또한 독일에서는 자녀들에게 강인한 체력을 길러주기 위해 일부러 추운 환경을 조성하기도 하며, 일본에는 난방시설이 없는 아파트가 아직도 많아 겨울철에는 히터를 켜고 두꺼운 잠바를 입어야만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에너지관리공단은 올겨울 ‘난(暖) 2018’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 캠페인은 겨울철 난방온도 18~20도를 지키고. 내복 입기를 실천하자는 에너지절약 운동이다. 다가오는 겨울, 내복 입은 사람이 아름답게 보이는 세상을 꿈꾸어 본다.
김수영 에너지관리공단 경기도지사 기술지원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