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학벌 중시, 재계는 능력 중시.’
미국 정치권과 경제계의 엘리트 판도 및 충원 방식이 이렇게 엇갈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미 경제계 엘리트는 주요 500대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 정치권은 상원과 하원의원이 분석 대상. 과거 수십 년간 이들 정치 및 경제엘리트의 출신 대학, 인종, 성별 변화를 추적 분석한 결론이다.
대학은 아이비리그(하버드 예일 등 동부 명문 8개 사립대) 출신 선호 현상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1955년까지만 해도 미 상원의원(정원 100명) 중 아이비리그 학사 출신이 9명에 불과했지만 2005년에는 16명으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
대통령후보로 가면 거의 아이비리그 독주 양상이다. 1988년 이후 주요 대통령후보 10명 중 9명은 하버드나 예일대 학위 소지자였다. 유일한 예외가 공화당 밥 돌 후보였다. 돌 후보는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캔자스대를 중퇴했고 훗날 워시번대를 졸업했다.
반면 500대 대기업 CEO에서 아이비리그 학사 출신은 1980년 23%에서 올해에는 10%로 그 비율이 급감했다. 공립대인 위스콘신대 출신 대기업 CEO는 하버드대와 똑같은 15명으로 프린스턴(9명)이나 예일대(8명)보다 훨씬 많다. 경제계에서는 ‘탈(脫)아이비리그 현상’이 진행된 것.
대기업 CEO를 뽑을 때 학벌보다는 갈수록 ‘실적’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신문의 분석. 신문은 또 “직원과 고객 등 ‘일반 사람’과 의사소통을 하는 데에는 아무래도 ‘잘나가는 집안 학생’들만 집중적으로 모여 있는 아이비리그 출신 대학보다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공립대에서 교육받은 점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아이비리그 현상’이 심화되는 것은 갈수록 부유한 가정 출신의 정치권 진입이 유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 선출 직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정치 자금이 필요한데 상대적으로 부자 동문이 많은 아이비리그 출신이 유리하다는 것.
그렇다면 소수 인종계나 여성의 경우는 어떨까. 오히려 경제계보다 정치권이 미 사회 전체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훨씬 잘 반영하고 있다. 500대 대기업에서 여성 비율은 1.4%에 불과하다. 또 전체 인구의 3분의 1에 불과한 ‘백인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정치권은 상하원에서 여성 의원 비율이 1975년 3%에서 올해는 15%로 5배로 늘었다. 흑인 의원 비율도 같은 기간 3%에서 8%로 늘었다.
이처럼 경제계가 능력 중심으로 엘리트를 충원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백인 남성 철옹성’을 깨지 못하는 것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혔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