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의원(왼쪽)이 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연 ‘지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토론회에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운데), 민주당 한화갑 대표 등이 참석했다. 김동주 기자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의 최근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정 의원은 28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지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의 주제는 정치와 무관했지만 사람들의 관심은 정치 쪽으로 쏠렸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적 칩거 상태였던 정 의원이 정치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연 사실상의 첫 번째 독자 행사이기 때문이다.
이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 김학원(金學元) 자민련 대표 등이 참석해 정 의원에 대해 칭찬을 쏟아 놓았다.
박 대표는 격려사에서 “정 의원은 정치와 경제, 체육계를 오가며 많은 일을 하느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바쁜 분 중의 한 분”이라며 “그런데 이런 토론회까지 연다는 얘기를 듣고 그 열정에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정 의원이 참 스케일이 큰 사람”이라며 “지진은 세계적인 문제인데 이번 행사도 본인의 큰 스케일에 맞춘 것 아니겠느냐”고 찬사를 던졌다.
김 대표는 “정 의원을 정말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혼자 정 의원을 짝사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정 의원은 4일 한 대표와 별도 만찬을 했고, 7일에는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를 만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젊은 누리꾼과의 소통을 위해 자신의 홈페이지를 새로 단장하고 싸이월드 미니 홈피도 개설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정 의원이 본격 정치행보를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과 함께 최근 제기되는 열린우리당-민주당 통합론 등과 맞물려 정 의원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뭔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 세 야당 대표가 나란히 참석해 정 의원에 대한 덕담을 아끼지 않은 것도 정 의원이 갖고 있는 향후 행보의 유동성과 정치적 잠재성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