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6일 새 음반 ‘시 유 온 디 아더 사이드’를 발표하는 4인조 록 밴드 ‘콘’. 왼쪽부터 제임스 멍키 섀퍼, 조너선 데이비스, 데이비드 실베리아, 레지널드 필디 아르비주. 사진 제공 EMI코리아
1991년은 시애틀 출신의 3인조 밴드 ‘너바나’의 해였다. 이들의 2집 ‘네버 마인드’는 발매되자마자 빌보드 앨범차트 1위에 올랐고 빌보드지(誌)는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가 왔다”며 ‘너바나’를 치켜세웠다. 1994년 3인조 록 밴드 ‘그린데이’는 데뷔 음반 ‘두키’로 1000만 장의 음반 판매를 기록하며 이른바 ‘네오 펑크’를 유행시켰다. 이후 ‘오아시스-블러’ 등의 브릿 팝(영국 록),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형태로 록은 ‘팝 문화’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2005년 현재 젊은이 문화를 이끌었던 록은 힙합에 밀려 벼랑 끝에 서 있다. 12월 3일자로 발간될 빌보드 싱글 차트를 보면 10위 안에 록 음악은 단 한 곡뿐. 이러한 가운데 1990년대 중반 록과 힙합을 결합시킨 ‘뉴 메틀’ 장르의 대표주자였던 밴드 ‘콘’이 2년 만에 새 음반 ‘시 유 온 디 아더 사이드’를 12월 6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이 데뷔 음반을 발표한 것도 11년 전. 이제는 멤버 모두 30대를 훌쩍 넘었다. 아저씨가 돼버린 이들이 록을 부흥시킬 수 있을까? 21일 ‘콘’의 리더 조너선 데이비스와 전화로 짧은 대화를 나눴다.
―기성세대 문화를 조롱하던 당신이 어느덧 아저씨가 됐군요. ‘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고 록을 했는데…. 이제 날카로운 랩을 하기엔 숨이 차지 않나요?
“이왕이면 성숙해지고 있다고 표현해줄래요? 그동안 함께했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헤드 웰치도 탈퇴했고 10년 넘게 몸담았던 음반사와도 결별했으니 알게 모르게 성숙해진 부분이 있겠죠.”
1994년 데뷔 음반을 낸 ‘콘’은 ‘로커’가 아닌 ‘래퍼’를 전면에 내세웠다.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한 3집 ‘팔로 더 리더’(1998년)와 4집 ‘이슈스’(1999년) 등에서 이들은 날카로운 랩으로 사회 곳곳을 향해 비아냥거렸다. 기존 록 밴드에 비해 더 강렬하고 더 직선적인 메시지를 통해 이들은 젊은이들에게 ‘록의 대안’으로 추앙받았다.
―이번 신곡 ‘트위스티드 트랜지스터’는 ‘콘’의 전성기 때 음악과는 다른 듯해요. 팬들은 ‘콘’의 전성기 시절의 속 시원한 랩을 원하는데….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다른 각도로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시 유 온 디 아더 사이드’입니다.”
―1990년대만 해도 ‘록 음악=젊은이 문화’ 였는데 지금은 젊은이들이 힙합바지 입고 손가락을 내리 꽂죠.
“많은 사람이 록과 힙합이 경쟁관계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공존하는 관계(hand in hand)라고 생각합니다. 록이 주류였던 시기가 있었다면 힙합이 대세인 시기도 있는 거죠.”
―당신이 생각하는 록 음악의 대안은 뭔가요?
“지난해 한국 록 가수 서태지와 공연을 했는데 그는 아주 ‘쿨’한 친구였죠. 그가 마음에 드는 이유는 매번 음악 스타일을 바꾸기 때문입니다. 록 음악은 정체돼 있으면 안 됩니다. 끊임없이 변해야 해요. 내년 4월에 내한 공연을 하는데 그 친구 또 보고 싶네요.”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