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등의 강력한 반발을 무릅쓰고 12월 1일부터 지상파 TV 3사가 낮방송을 시작해 평일 낮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4시간을 정규 편성에 포함시켰다.
1956년 이 땅에서 처음 TV 전파를 발사했던 KORCAD 방송국부터 계산하면 49년 만의 일이고, KBS가 개국한 1961년 말을 기점으로 삼는다면 44년 만의 일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저녁 방송→아침 저녁 방송→저녁 방송→아침 방송 재개→오전 1시까지의 연장을 거쳐 ‘한낮의 TV’까지 생긴 것이다.
방송 시간 연장에 왜 반대가 많았을까.
우선 방송위원회가 지상파 TV의 ‘경영난 타개’를 위해 낮방송을 허용했다는 지적이다. 하루 4시간씩 방송을 더 내면 광고 수입이 그만큼 늘어난다. 지상파 TV만 봐주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매체의 균형 발전 정책에 정면으로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케이블TV의 경쟁상대인 지상파 TV의 방송시간을 확대하면 케이블TV의 시청률과 광고 수입이 감소하는 것은 자명하다. 종이매체의 광고 역시 타격을 입는다. 마지막으로 방송시간을 늘리면 청소년에게 유해한 프로그램만 늘어날지 모른다. ‘TV 공해’는 국민 정신건강을 좀먹을 수 있다.
이런 주장은 다 옳다. 그러나 방송법 제4조는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은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편성의 자유가 편성 시간의 자유를 포함한다고 볼 때 방송시간을 행정기관이 허가해 온 것은 부당하다. 방송위원회는 방송시간 운용 자율화 조치의 일환이라고 허가 사유를 밝혔다. 지상파 TV는 가장 값싸고 효율적인 국가적 자산이다. 이를 놀리지 않고 100%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방송위원회는 낮방송을 허용하면서 ‘소외계층 방송 접근권 보장, 특정 장르 집중편성 지양과 다양성 제고, 오락프로그램 30% 이내 편성’이라는 권고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명분일 뿐 애매하기 짝이 없다. 편성의 자율을 앞세우며 편성 안을 권고한 일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다.
방송사들은 낮방송에 주부대상 시사토크, 어린이 정서함양, 소외계층 보호 등 좋은 수사를 총동원해 질 높은 프로그램을 약속하고 있지만 기획 의도와 결과물이 같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도 같이 시작한다. 인력, 예산, 스튜디오, 아이디어 등 기존 체제로는 역부족일 것이다. 낮방송 허용이 전파 낭비는 아닌지 지켜볼 일이다.
김우룡 교수 한국외국어대 언론정보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