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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류병운]세계화 시대 국제법 교육 확대해야

입력 | 2005-12-01 03:00:00


1883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학교로 설립되었던 원산학사는 산수, 격치(물리), 농업, 지리, 일본어, 법리, 만민공법(국제법) 등을 가르쳤다. 법리 교과서가 1권뿐인 데 비해 만민공법 교과서는 6권에 이르는 것을 보면 국제법이 중요 과목으로 교육됐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국제법 중시’는 당시 선각자들의 뜻이 외세로부터 한반도와 민족 생존을 수호하기 위한 대외 역량 강화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국력이 약했을 뿐 아니라 국제 정세에도 어두워 국권을 잃고 말았다.

국제법 교육은 광복 후에도 명맥만은 이어 왔다. 5·16군사정변 후 국제법은 사법시험 2차 과목에서 제외돼 비인기 과목으로 전락했다. 당시 시험과목에서 제외한 이유는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긴 국가에서 국제법이 필수 과목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비인기 과목이다 보니 법과대에서도 제대로 된 국제법 교육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로스쿨 법안’에서도 법조인의 국제 역량 강화나 국제법 교육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전통적인 국제법학은 물론 오늘날 중요한 국제통상이나 비즈니스 실무는 외면한 채 ‘시험법학’에만 갇혀 있던 우리 법학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2008년부터 도입되는 로스쿨에서도 제대로 된 국제법 교육이 힘들지 않을까 우려된다.

세계화 시대에 국제법의 중요성을 세 가지 측면에서 강조하고자 한다.

첫째는 국제사회의 통합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무역기구(WTO), 국제형사법원(ICC) 등 실효적 규범력을 가진 초국가적 기구들의 증가와 역할 강화, 지역무역협정(RTA) 및 자유무역협정(FTA)과 유럽연합(EU) 같은 초국가적 지역정부의 등장 등이 그 예다. 국제경제법, 인권법, 환경법 등 국제법의 발전 속도도 빠르다.

둘째는 한국은 대외 교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 관계에 적용되는 국제법에 정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분단국가라는 점이다. 휴전협정에서 앞으로의 남북한 평화협정, 북한 핵 문제, 이웃국가와의 방위협력체제의 유지 및 강화 등 수많은 통일 관련 국제법적 과제도 안고 있다.

류병운 영산대 교수·국제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