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06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원정경기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이 우즈베키스탄과 1-1로 비긴 다음 날 회복훈련 때의 일이다. 부상 때문에 벤치에 앉아 있는 박지성을 보고 한 선수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주치의와 함께 전용기 타고 검진하러 오겠네”라고 농담을 했다.
당시 박지성의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이 나돌고 있을 때였다. 농담 속에 뼈가 있다고 ‘네가 과연 맨체스터로 갈 수 있을까’란 비아냥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박지성은 보란 듯이 맨체스터로 이적해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축구선수들의 꿈은 ‘축구의 엘도라도’ 유럽 빅 리그 진출. 그러나 아무나 다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박지성의 스승인 이학종 수원공고 감독은 “지성이는 축구밖에 몰랐다. 체격은 작았지만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그런 자세는 프로가 돼서도 바뀌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진출은 그런 땀의 대가”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프로가 돼 우쭐거리며 딴 짓 하는 얼치기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사실 국내엔 ‘딴 짓’ 때문에 망가진 선수가 많다. 촉망받던 선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는 게 다 축구 외적인 것 때문.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훈련이나 경기가 끝난 뒤 나이트클럽으로 달려가 여자 만나 술 마시며 ‘즐기는’ 선수들이 많다”고 털어놨다. 홍명보 대표팀 코치도 “프로가 된 뒤 자기 관리 실패로 사라지는 선수가 많다”고 아쉬워한다.
스페인의 레알 소시에다드에 진출했다가 실패하고 울산 현대로 되돌아온 이천수는 한 때 축구 외적인 것에 몰두해 구단 관계자로부터 심한 질책을 받았다. 그라운드 밖 행사에 모습이 더 자주 보였고 축구실력은 계속 떨어졌기 때문. 하지만 이천수는 “지성이 형이 부럽다. 나도 다시 도전하겠다”며 맘 잡고 다시 그라운드를 누비기 시작했고 27일 열린 인천과의 K리그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생애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5-1 대승을 이끌었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불꽃을 태울 때 가장 아름답다. 박지성이 팬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는 이유다. 선수들이여, 박지성이 부러운가. 그럼 박지성같이 혼신을 다해 뛰어라.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