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계에 등장한 미녀 군단이 체스에 대한 선입견을 깨부수고 있다.
이들은 미모와 화려한 의상으로 각종 체스대회를 주름잡으면서 체스가 ‘범생이(nerd)’ ‘얼간이(geek)’의 두뇌게임이라는 기존 관념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세계 여성 체스 랭킹 5위인 알렉산드라 코스테뉴크(21) 씨는 체스 실력도 좋지만 미모는 더욱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패션 잡지에 자주 등장하며 LG컴퓨터 러시아 모델로도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비키니를 입고 체스를 두는 사진을 판매하고 있다.
코스테뉴크 씨 같은 러시아 출신인 마리아 마나코바(31) 씨는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 한수 위다. 체스 랭킹 20∼30위권으로 ‘플레이보이’ ‘스피드’ 등 성인잡지 러시아판 표지모델로도 등장했던 그는 ‘체스계의 안나 쿠르니코바’로 불린다.
에스토니아 출신 슈퍼모델 카르멘 카스 씨도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대회에 자주 출전하면서 체스계 미녀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체스계는 미녀 선수들의 등장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 미국 체스 해설가 스티브 이미트 씨는 “과거보다 체스에 관심 있는 여성이 훨씬 늘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미녀 선수에 대한 체스 팬들의 관심을 반영하며 최근 인터넷에서 개최된 ‘세계 체스 미인 선발대회(WCBC)’는 세계 체스선수권대회 인터넷 생중계에 육박하는 수천만 건의 접속 건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외모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체스기술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다른 체스 선수의 게임 집중에 방해가 된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 유명 남성 체스 선수는 “깊게 파인 옷을 입고 향수를 뿌린 여성 선수와 코를 맞대고 게임을 벌이는데 집중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