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AIDS)의 '숨은 피해자' 어린이들에게 더 큰 관심을…."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UNICEF)과 유엔에이즈공동프로그램(UNAIDS)은 30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엇보다 어린이를 에이즈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슬로건은 '어린이를 위한 단결, 에이즈에 맞서는 단결'(Unite for children, Unite against AIDS).
이처럼 유엔차원에서 본격적으로 어린이 에이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은 그동안 에이즈가 주로 '성인들만의 질병'으로 알려져 에이즈에 노출된 어린이가 제대로 된 보호와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판단했기 때문.
유니세프에 따르면 매일 1400명이나 되는 15세 미만의 어린이들이 에이즈로 사망하고 있다. 현재 15세 미만 어린이 에이즈 환자는 210만 명. 주로 아프리카에 집중돼 있다. 특히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는 전체 어린이 에이즈 환자의 85%가 몰려있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일부 아프리카 국가는 에이즈 재앙이 닥치면서 평균 수명이 60대에서 30대로 뚝 떨어질 정도로 에이즈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어린이들은 대체로 에이즈에 걸린 어머니로부터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아직도 임신한 에이즈 환자가 자녀의 감염을 막기 위해 치료를 받는 비율이 10% 미만에 불과하다.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에이즈 고아' 문제도 심각하다.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로 인해 부모를 모두 여의거나 어느 한 쪽을 잃은 어린이가 1990년 100만 명에서 2003년에는 1200만 명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에이즈 고아가 1500만 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에이즈 고아들 중에서 공적인 지원을 받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에이즈 고아가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인구의 60%가 살고 있는 아시아도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어린이 에이즈 문제가 심각하다.
앤 베네만 유니세프 사무국장은 "에이즈 피해 어린이들에게 올바른 보건 교육도 해 줘야 하고 의식주 해결을 위한 현금 지원도 시급하다"며 국제적 관심을 호소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