首의 자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설문해자’에서는 소전체에 근거해 윗부분은 머리칼, 아랫부분은 얼굴로 사람의 ‘머리’를 그렸다고 했는데 갑골문을 보면 비슷하다. 하지만 갑골문의 首는 사람의 머리라기보다는 오히려 동물의 머리를 닮았고 금문은 위가 머리칼이라기보다는 사슴뿔을 닮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설문해자’와는 달리 ‘사슴의 머리’를 그렸다는 설이 제기되었다.
청동기 문양 등에도 자주 등장하는 사슴은 전통적으로 중국인들에게 중요한 동물이었음이 분명하다. ‘무늬가 든 사슴가죽’을 그린 慶(경사 경)의 자원에서처럼 사슴 가죽을 결혼 축하선물로 보낼 정도로 사슴은 생명과 관련된 제의적 상징이 많이 들어 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사슴은 ‘죽음을 삶으로 되살리고 사람의 생명력을 충만하게 하며 심지어 불로장생도 가능하게 하는’ 동물이라 믿었으며, 옛날 전쟁에서는 전쟁의 승리를 점쳐 주는 존재로 여기기도 했다.
지금도 여전히 중요한 약재로 쓰이는 사슴의 뿔은 매년 봄이면 새로 자라나는 특징 때문에 생명의 주기적 ‘순환’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道(길 도)는 이러한 사슴의 머리(首)가 상징하는 순환과 생명의 운행(착·착)을 형상화한 글자로 볼 수 있다. 금문에서 道는 首와 行(갈 행)과 止(발 지)로 구성되었지만, 이후 行과 止가 합쳐져 착이 되어 지금의 道가 되었다.
그래서 철학적 의미의 ‘道’는 그러한 자연의 순환적 운행을 따르는 것으로, 그것이 바로 사람이 갈 ‘길’이자 ‘道’였다. 그리하여 道에는 ‘길’이라는 뜻까지 생겼고, 여기에서 파생된 導(이끌 도)는 道에 손을 뜻하는 寸(마디 촌)이 더해진 글자로, 그러한 길(道)을 가도록 사람들을 잡아(寸) 이끄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여하튼 首는 ‘머리’라는 뜻으로부터 우두머리, 첫째, 시작 등의 뜻을 가지게 되었는데 首로 구성된 괵(벨 괵)의 或(혹시 혹, 國의 원래 글자)은 창(戈·과)으로 성(국·국)을 지키는 모습이며,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싸움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게 되는 ‘목 베기’를 형상화한 글자이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