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인천 남동구 고잔동 남동공단 안에 있는 삼성정밀화학 인천공장.
원통형의 기계설비 안으로 가루를 집어넣으니 여러 공정을 거쳐 다시 하얀색 가루가 나와 포장이 되고 있었다.
여광수 공장장은 “이 장비들은 모두 연결돼 있어 원료 투입 후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밀봉상태가 유지된다”고 말했다.
제품으로 나오는 하얀색 가루를 만져봤다. 꼭 밀가루 같았다. 이게 큰돈이 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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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성펄프 주원료 고부가 첨가물
메셀로스(Mecellose)는 식물성 펄프를 주원료로 하는 고부가 정밀화학제품으로 일종의 첨가물이다.
건축용 첨가제에서 세라믹, 페인트, 의약품 정제용 코팅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이 가운데 70%가량이 첨단 공법의 고층건물 등 건축용 제품시장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 사용되는 양은 전체의 0.2∼0.4%로 소량에 불과하지만 유연도 습도 접착력 등 제품 전체의 물성(物性·물질이 갖고 있는 성질)을 좌우할 수 있어 ‘마법의 가루’로도 불린다.
예를 들어 시멘트 모르타르(시멘트와 모래를 일정비율로 섞어 놓은 것) 99.6%에 0.4%의 메셀로스를 섞게 되면 시멘트 반죽이 부드럽고 균일해져 작업이 쉬워진다.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메셀로스 생산기술을 갖춘 기업은 6, 7개밖에 되지 않고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정밀화학이 메셀로스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삼성정밀화학의 메셀로스 생산능력은 연 1만5000t 규모. 올해 예상매출액은 800억 원 정도로 세계시장 전체규모는 약 1조 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지난해 메셀로스 생산량 가운데 88%를 수출했다. 대부분 유럽 쪽이었다.
○ 의약품 세라믹등 쓰임새 무궁무진
기자가 찾은 삼성정밀화학 인천공장은 식물성 의약용 코팅제인 애니코트를 만드는 곳. 애니코트는 메셀로스 사업의 다운스트림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먹는 알약의 표면 코팅제나 캡슐이 애니코트를 원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인천공장의 백현호 책임연구원은 “약의 쓴맛과 냄새를 제거하고 장(腸)이나 위(胃)까지 녹지 않고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하는 역할을 애니코트가 해준다”고 말했다.
이 공장에서는 펄프에서 추출한 원료인 셀룰로스 고분자(HPMC·hydroxy Propyl Methyl Cellulose)를 건조기와 반응기에 투입해 분자 구조에 변화를 주어 메셀로스와 비슷하지만 순도는 더 높은 애니코트를 만들고 있었다.
애니코트는 국내의 독점적 캡슐제조회사인 서흥캅셀과 화이자의 자회사인 프랑스 캡슈겔에 대부분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 세계시장 규모 1조원… 고수익사업 전환
삼성정밀화학은 연간 6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던 도료 사업을 분리하는 등 지난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저수익 사업을 접고 전자재료와 생명과학 등 고수익 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
메셀로스 사업 강화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메셀로스 사업은 1995년 매출액이 46억 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삼성정밀화학 전체 매출액의 10%인 748억 원에 이르렀다. 영업이익률이 15%가 넘는 데다 세계시장 수요도 증가 추세라 이 회사의 핵심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240억 원을 들여 메셀로스 울산공장을 증설 중이다. 내년 완공되면 연산 2만 t 규모의 메셀로스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돼 연매출액이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전망이다.
인천=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