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전과 후세계적 관광지인 태국 피피 섬이 지진해일(쓰나미)로 파괴되기 전(위)과 파괴된 후(아래)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최고의 바다 휴양지에서 최악의 재난지역으로 변한 태국의 피피 섬. 악몽과도 같았던 지진해일(쓰나미)의 상처가 점차 아물고 있는 이 섬이 다시 들끓고 있다. 바로 첨단의 거대 관광시설 건립 추진을 둘러싼 찬반 논란 때문이라고 영국 더 타임스가 4일 전했다.
피피 섬은 2004년 12월 말 지진해일이 덮치기 전까지는 배낭여행객들이나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던 관광 명소였다. 하지만 요즘 들어 피피 섬을 배낭여행객들에게 다시 내줘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피닛 차루솜밧 태국 부총리는 최근 “피피 섬은 고급 휴양지로 거듭나야 한다”고 언급했다. 벌써 인터콘티넨털호텔은 2007년에 별 5개짜리 휴양시설을 개장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호텔이 세우려는 휴양시설의 위치는 배낭여행객들이 머무는 곳과는 뚝 떨어진 지점이다. 이 밖에도 피피 섬 주변에서는 여러 건의 개발 소문이 꼬리 물듯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피피 섬에서 소규모 숙박업소와 카페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현지인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 상인은 “피피 섬 재건 과정에서 태국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서 이제 와서 고급 휴양시설 얘기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섬에서 스킨스쿠버 영업을 하는 영국인 앤드루 휴잇(40) 씨도 개발 반대론자다. 그는 지진해일 이후 자원봉사자들을 설득해 바다 속에 잠긴 희생자들의 유품 회수 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건진 양만 290t에 이른다.
휴잇 씨는 “유품 회수는 피피 섬을 보전하기 위해 시도한 일이었다”며 “관광객들이 자연 그대로의 섬을 보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