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는 분야에 인생의 승부처를 두려 하는 젊은이라면, 이 책의 목차를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를 해 나가야 할 큰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세계적 물리학자인 리처드 파인먼 교수는 특유의 독창적이고 재치 있는 솜씨로 물리학이 무엇을 연구해 왔고, 무엇을 연구하려는 학문인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 또한 물리학의 근본적인 테마를 거의 남김없이 이해시켜 주기 때문에 거의 평생을 옆에 두어도 손색이 없을 것이며,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도 아울러 제공해 준다.
사람은 성장하면서 누구나 과학적 지식에 대한 소비자가 되거나 생산자가 된다. 과학지식의 생산자가 될 사람이 이 책을 통하여 물리학의 기본을 튼튼히 하면, 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용도가 다양하고 튼튼한 여행 도구를 챙긴 것처럼 마음이 든든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장차 과학지식의 소비자가 될 사람에게는 두고두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놀라운 성찰과 토론거리들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 책은 고등학교의 참고서처럼 알아야 할 것들을 무조건 외워야 하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나열해 놓은 책이 아니다. 물리학이 알아낸 것이 무엇이고 못 알아낸 것은 무엇인지를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다. 만일 읽는 사람이 힘들어 한다면 왜 힘든지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먼저 공부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디를 보아야 하는지도 알 수 있게 배려해 준다. 물리적 현상을 소재로 논리적인 토론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최고 수준에 해당하는 책과 만났음도 알게 될 것이다.
파인먼 교수는 흔히 아인슈타인 이후 최고 천재로 평가되는 미국의 물리학자다. 1965년에 양자전기역학(QED·Quantum Electrodynamics) 이론을 수정하고 QED를 완성하여 줄리언 슈윙거, 도모나가 신이치로와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물리학자이면서도 항상 일상에 호기심이 많았다. 어떤 형식의 권위에도 복종하지 않았던 창조적이고 주체적인 인물로서, 위대한 연구업적 외에도 재미있는 일화를 많이 남겼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는 “파인먼은 강단 위의 연예인이었으며, 가끔씩은 광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지향했던 목표는 항상 진지했다. 우리의 우주를 더욱 깊이 이해하는 것보다 더 진지한 목표가 어디 있겠는가? 사람들에게 우주를 이해시키는 방면에서 파인먼은 단연 최고 중의 최고다”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먼저 목차를 보는 것이 좋다. 그러곤 목차 중에서 가장 알고 싶은 부분만 먼저 찾아 읽어도 파인먼 교수는 언제나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 부분에 대한 첨단의 연구 현장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눈앞에 그리듯이 인도해 준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책의 어디쯤부터 더는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목차로 다시 돌아가라는 신호로 해석해도 좋다. 목차에서 또다시 흥미로운 곳을 찾아가면 된다. 그렇게 틈틈이 이 책에서 새로운 테마들을 접해 두면 과학 분야로 입문한 뒤에 다음 단계로 나아갈 때 자신의 진로를 고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물리학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 온 사람으로서 20대가 되는 길목에 선 젊은이에게 이 책을 권하는 것은 큰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안종제 관악고등학교 과학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