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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이승엽 수비보장 0%?

입력 | 2005-12-06 03:01:00


기자를 하기에는 한국이 좋고, 선수는 미국이 좋다. 그러면 감독은? 정답은 일본이다.

야구 기자들에게 한국은 아직 괜찮은 곳이다. 미국, 일본에 비해 감독이나 선수들과 접촉이 쉬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때로는 인간적으로 아주 친밀한 관계가 되기도 한다.

미국은 선수의 천국이다. 메이저리거가 되면 돈과 명예가 따라온다. 사회적으로도 대우를 받는다.

감독의 나라는 역시 일본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서 감독의 말은 곧 법이다. 나가시마 시게오 전 요미우리 감독, 오 사다하루 소프트뱅크 감독은 스타 선수보다 더 많은 관심의 대상이다.

서두가 길어진 것은 재계약 협상 중인 롯데 마린스 이승엽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올해로 롯데와 2년 계약이 끝나는 이승엽은 재계약 조건으로 ‘수비 보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1일 이승엽의 대리인인 미토 시게유키 변호사와 세토야마 류조 구단 대표의 1차 협상이 결렬된 것은 바로 이 문제 때문이었다.

수비 보장의 계약서 명기를 원했던 이승엽은 당초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 4일 “구두 약속이라도 해준다면 롯데에 잔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렇지만 이 또한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앞서 말했듯 일본 야구는 감독의 야구다. 보비 밸런타인 감독은 올해 31년 만에 팀을 일본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것도 거의 매 경기 타순과 포지션을 바꾸는 ‘보비 매직’을 통해서였다.

그런 밸런타인 감독이 이승엽의 수비를 보장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이승엽 개인을 위해 팀이 희생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세토야마 대표는 얼마 전 “수비 문제는 경쟁에 이겨서 얻는 것이 옳다고 본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제 이승엽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롯데에 남아 경쟁에서 이겨 수비수로 나가는 것, 아니면 지명타자 제도가 없는 센트럴리그로 떠나는 것이다.

수비 보장이라는 말은 선수의 천국인 메이저리그에도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철저한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보장이란 있을 수 없다. 결국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