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에서 방영되는 외화 ‘칭기즈칸’에서 주연을 맡은 몽골배우 바썬은 “영웅 칭기즈칸이 아니라 인간 칭기즈칸을 연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대장금’ 잘 보고 있어요. 기술적인 면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굉장히 섬세합니다. 드라마 전개 과정도 세밀하고…. 아, 이영애 씨 연기 아주 좋습니다. 배역을 너무 잘 소화하더군요.”
굳게 다문 입술, 거친 수염과 날카로운 눈매, 무게감 있는 목소리…. 영락없는 대장군의 모습이다. KBS 1TV에서 방영 중인 대하 역사 드라마 ‘칭기즈칸’(토 일 밤 9시 30분)의 주인공 바썬(巴森·51)이 한국을 방문했다. ‘칭기즈칸’은 네이멍구의 스치그룹이 제작해 중국 전역에서 방영됐다.
네이멍구 자치구 출신인 바썬은 자국에서 국민배우로 평가받는다. ‘몽골의 최불암’인 셈. 1984년 연기를 시작해 이제까지 1800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한국에 온 지 3일째인데 현대적이면서도 산과 물이 많아 좋습니다. 몽골은 사막이 많아서 산과 물을 보기가 힘들거든요.”(웃음)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칭기즈칸’은 특히 중장년층 남성 시청자들 사이에 인기다.
“칭기즈칸 배역을 맡으면서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몽골에서는 신적인 존재니까요. 한국 팬들에게 어필한 부분이 있다면 칭기즈칸이 네이멍구뿐 아니라 세계적인 영웅이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영웅적인 면모보다 한 명의 아버지, 한 명의 아들로서의 칭기즈칸을 연기하려 노력했습니다.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한 마디, 한 마디 힘 있고 진중하게 말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실존인물 칭기즈칸이 겹쳐진다. 그는 “이제까지 황제, 군인 등 주로 영웅배역을 맡았다”며 “하지만 어떤 배역을 맡든지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초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며 자랐죠. 그런데 어느 날 목장에 낯선 사람들이 와서 하얀 천(스크린)을 걸더라고요. 그리고 거기서 사람들이 싸우고 울고 웃고 하는 겁니다. 정말 신기했습니다. 나중에 그게 영화라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제 안에 배우가 생겼습니다.”
그 후 몽골 전통무용, 연기 등을 배우며 연기자의 길을 준비했다. 그는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보여주는 말 타기나 무술은 연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승마와 무술은 몽골인에게는 어릴 때부터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 가수인 아내와의 사이에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두고 있다고 했다.
“야외 촬영이 많다 보니 가족과 지낼 시간이 부족합니다. 칭기즈칸을 찍을 때는 8개월간 집에 못 갔어요. 아내도 아내지만 딸아이가 저를 많이 보고 싶어 합니다. 어제는 전화로 ‘아빠 나 100점 맞았어’라고 말하더군요. 상으로 맛있는 한국음식을 사 주기로 했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