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할 2푼 5리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그래서, 친구들에게.”
소설가 박민규는 프로스포츠를 소재로 한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낮은 승률의 삶들에게 바쳤다. 승률과 성적, 그로 인한 사회적 업적과 지위만으로 삶 자체에 순위의 문신이 새겨지는 아픔을 말했다.
올 시즌 프로축구 우승팀 울산 현대축구단의 서포터스 박효진(28) 씨는 2000년 가을을 잊지 못한다. 시즌 중 연패를 거듭한 울산은 당시 10개 구단 중 꼴찌를 했다. 팀 원정경기에 응원 갔다가 동료들과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재 3000명인 울산의 서포터스는 당시 150명까지 줄었다.
박 씨는 1996년 울산 서포터스단에 가입한 이후 9년 동안 팀의 영광과 굴욕을 모두 지켜보며 성원했다.
울산 서포터스는 울산 지역 행사 등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서포터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을 좋게 만들었고 중고교 응원동아리 등을 만들어 서포터스 확보에 힘썼다. 이 같은 서포터스의 응원에 힘입어서일까, 울산은 올 시즌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 준우승팀 인천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스는 최종전에서 ‘고개 떨구지마. 우리 눈엔 피눈물 흐른다’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혹한 속에서도 웃옷을 벗고 맨몸으로 응원하며 마지막 경기에서 4골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절박한 심정의 선수들을 격려했다. 인천은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선전했다.
스포츠세계에서 승리자는 언제나 하나. 박민규는 승률 낮은 쪽에서 오히려 많은 친구들이 있음을 보았던 것일까. 승리하지 못했다고 친구가 아닌 것은 아니다. 고개 숙인 순간에 함께하는 서포터스는 그래서 따뜻하다. 최하위를 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덜 노력했다고 할 수도 없다.
승패는 자주 뒤바뀐다. 승리만 하도록 운명 지워진 팀이나 삶은 없다. 패배의 순간에도 격려하는 서포터스는 다음 승리를 위한 힘이 된다.
누구나 누군가의 서포터스가 될 수 있다. 프로축구 프로야구는 물론 가족 친구 연인 등에게. 누군가 패배했다고 느끼는 순간 그의 서포터스가 함께 눈물을 흘린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