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온 대부분의 남성에게 유격훈련은 ‘박박 기는 고된 추억’으로 남아 있다. 빨간 모자를 쓴 조교의 무서운 눈초리를 받으며 이를 악물고 하는 고강도의 체력 단련, 세 줄 타기와 웅덩이 통과하기 등은 힘들기만 할 뿐이었다.
육군은 내년부터 이 같은 유격훈련을 장병들에게 재미를 주는 한편 단결심과 실질적인 전투력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훈련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격훈련의 장애물 코스에 ‘인공암벽 오르기’, ‘마법의 다리 오르기’, ‘브리지 외줄 건너기’ 등을 새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 중 ‘인공암벽 오르기’는 신세대에게 인기가 있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응용한 것으로 지상 10∼12m 높이의 구조물 정상을 정복하는 훈련.
‘마법의 다리 오르기’는 지상 1.5m에 설치된 줄사다리를 타고 오르는 것으로 다양한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게 고안됐다고 육군은 설명했다.
이 밖에 분대 단위로 장애물을 극복하면서 단결심을 기르는 프로그램도 신설된다. ‘전우와 담장 넘기’는 장병 한 사람이 밧줄을 타고 담장 위에 먼저 올라간 뒤 뒤이어 올라오는 동료를 당겨 주고 나머지 동료들은 아래에서 밀어 주는 훈련이다.
또 ‘트러스트 폴’은 지상 2∼3m 에 설치된 구조물의 발판 위에서 장병이 뒤로 넘어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질 때 두 줄로 나란히 선 동료들이 양손으로 받아 주는 훈련. 뒤로 넘어지는 순간 엄습하는 불안감을 동료애로 극복해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동료들 간에 신뢰감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훈련의 목적이다.
육군 관계자는 “8월부터 훈련기관과 일선 부대의 의견 수렴을 거쳐 민간에서 실시하고 있는 10여 개의 훈련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내년부터 일부 부대에서의 시범 적용을 거쳐 전 부대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