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기 국회의장이 내놓은 사립학교법 중재안이 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커졌다. 열린우리당 민주당 민주노동당이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재안은 핵심 쟁점인 ‘개방형 이사제’ 도입 문제에서 여당 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선임하는 ‘개방형 이사’들이 사학재단 이사의 3분의 1이 되도록 한 것은 여당안과 같다. 학교운영위가 개방형 이사 후보를 2배수로 추천해 사학법인이 선택하도록 했지만 어차피 학교운영위가 제시한 명단에서 고를 수밖에 없으므로 별 의미가 없다.
학교운영위는 교사 학부모 지역인사로 구성돼 예산결산, 교육과정 등 학교 운영 전반을 감독하는 기구다. 기업으로 치면 종업원에 해당하는 교사가 재단이사 선출 권한까지 행사해 학교 경영에 참여하고 개입하는 것은 사학재단과 교사가 학교의 ‘공동 경영주’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에도 사외(社外)이사제가 도입됐지만 사내 경영 측이 선임하는 것이어서 근본적 차이가 있다. 여당은 사학이 국고 지원을 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유재산권과 경영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로 위헌 소지가 크다.
중재안대로 시행됐을 때 교육 현장에서 벌어질 ‘위험한 사태’를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학교운영위에는 교사 외에 학부모와 지역인사가 3분의 1씩 참여한다지만 현실적으로 교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가 다수인 학교에서는 전교조가 주인 행세를 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전교조 공포증’이란 말이 학교 안팎에서 공공연히 나돈다. 전교조 얘기만 나오면 교육인적자원부, 교육청에 일선 교장까지 겁을 먹는다. 교육 정책과 학교 운영을 좌지우지하는 ‘막강 전교조’가 개방형 이사 선출권까지 실질적으로 행사하면 대한민국 교육이 전교조의 손에 완전히 넘어갈 날이 머지않다.
교원평가제 거부에서 보여 준 집단 이기주의로 전교조의 허상(虛像)은 이미 드러났다. ‘반(反)세계화 수업’을 통해 그들의 이념 편향성도 거듭 확인됐다. 사학법 개정은 이들에게 더 강력한 무기를 선물하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교육의 위기는 증폭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