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옆 부서 金과장이 우리 부장보다 많이 받는다며?
《삼양사 식품사업부 K(36) 과장은 옆 부서 S(41) 부장보다 매달 받는 기본급이 30만 원가량 많다. 연말 성과급까지 포함하면 K 과장의 연봉은 S 부장에 비해 700만 원을 웃돈다.
K 과장은 입사 11년차, S 부장은 입사 16년차다. K 과장은 “우리 회사에서 팀장 부장 과장 같은 직함은 ‘호칭’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 오직 맡은 일이 무엇이냐, 업무를 제대로 해냈느냐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는 것.
K 과장과 S 부장처럼 직함과 임금이 역전되는 현상은 3년 전 ‘직무급제’를 도입한 삼양사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삼양사는 앞으로 팀장, 부장 같은 호칭을 아예 없앨 계획이다.》
한국 근로자들에게 ‘2차 임금혁명’이 시작됐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은 전통적 ‘호봉제’에다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성과급제’를 접목한 ‘1차 임금혁명’을 거쳤다.
이에 따라 높은 실적을 올린 직원과 낮은 실적을 낸 직원 사이의 임금 격차가 커졌다.
이런 성과급제 도입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일부 기업들은 새로운 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맡은 일의 가치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주는 ‘직무급제’가 그것이다.
전문가들은 ‘사람 중심’에서 ‘일 중심’으로 임금을 정하는 기준이 옮아가는 이번 임금체계의 변화를 한국의 ‘2차 임금혁명’이라고 부른다.
직함과 임금이 분리되다 보니 승진의 의미도 달라졌다. 업적 역량고과 어학점수 등을 고려한 진급 심사제도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팀장이나 부장이 공석이 되면 후보자 중에서 적임자가 이 직함을 물려받을 뿐 급여 수준에는 변화가 없다.
CJ 태평양 오리온 삼양사 외환은행 등 대기업과 금융회사들은 지난 3∼5년 사이 직무급제 임금시스템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풀무원, 삼익LMS 등 중견기업으로 직무급제 도입이 확산되는 추세다.
직무급제 도입은 ‘임금 평등주의’를 깨야 하기 때문에 노조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 하지만 노조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이춘근(李春根) 상무는 “업무 기여도나 성과에 따라 임금 수준을 조정할 수 있으면 기업이 나이 든 직원을 해고하거나 비정규직을 뽑을 필요가 줄어든다”면서 “직무급제는 기업과 근로자가 ‘상생(相生)’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