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명 기자
“제대 축하합니다.”
“자 따라해 보세요. 소, 집, 해, 제.”
여전히 그답다. 입을 모아 ‘제대’가 아니라 ‘소, 집, 해, 제’라고 지적해 주는 장난기. 그는 바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28)였다. 남색 벨벳 재킷에 스니커즈, 촉촉해 보이는 헤어스타일…. ‘오, 멋있는데’라고 느끼는 순간, 숨을 쉴 때마다 불룩거리는 그의 뱃살이 보였다. ‘정석(定石)’보다 ‘변칙(變則)’이 더 어울리는 그가 지난달 14일 3년간의 방위산업체 산업기능요원 근무를 마치고 가요계로 돌아왔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공연’ 얘기뿐이었다.
―더 포동포동해졌어요.
“지난해 공연 연습 두 달 하고 이틀 공연까지 마친 후에 몸무게를 재보니 딱 500g 빠졌더라고요. 한 마디로 저주받은 몸이죠. 오히려 나잇살이 더 붙었죠?”
―사실 싸이 씨에게는 ‘제대’보다 ‘소집해제’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3년간 방송 출연은 못하고 일과시간이 끝난 후 공연만 했어요. 그러다 보니 새 앨범이나 변화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 대신 가수에겐 ‘공연’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3년째 공연을 하다 보니 한 번에 쉬지 않고 10곡 부르는 건 문제도 아니에요.”
2001년 ‘새’로 데뷔한 그는 “지금까지의 활동이 1기였다면 지금부터 시작되는 2기는 ‘공연인’으로 충실하겠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그가 펼쳐온 ‘올나잇 스탠드’ 공연은 3년 내리 매진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최근 3년 만의 방송 컴백 무대에서도 그는 콘서트장인 것처럼 뛰어다니며 3곡을 연달아 불렀다.
―‘공연인’이 되려는 이유가 있나요?
“최근에 영화배우가 가수보다 사회적인 위상이 높아졌어요. 가수는 TV만 켜면 나오기도 하고 음반 산업도 위축됐고… 가수로서 자존심이 상해요. 가수가 살 길은 공연이에요. 방송에서는 한 가지 색깔만 요구하지만 공연장에서는 100가지 색을 마음껏 보여줄 수 있어요.”
―곧 서른 살이 되네요. 어때요?
“지금 속으로 ‘파이팅’을 무진장 외치고 있어요. 한국 가수의 공연도 ‘투란도트’ 같은 명품 오페라처럼 누군가에게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만들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에너지’죠. 공연장에서 2시간 연속으로 뛰어다닐 수 있는 건 바로 관객들과 에너지를 맞거래하기 때문이에요. 그 맛에 가수하는 거라니까요.”
올해도 그는 ‘올나잇 스탠드’를 연다. 29∼31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여는 이번 공연의 주제는 ‘에너지 나잇’이다. 내년 봄에는 4년 만에 4집 음반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엽기’ 가수, 철이 좀 든 것일까?
“철이요…. 철(Fe)이 좀 무겁죠. 하하. 전 갈 길이 먼 ‘쌈마이’입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