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서처럼 무거운 제목과 달리 이 책은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톨스토이의 단편 모음집이다.
표제작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종교에 심취했던 톨스토이의 기독교적 가치관이 강하게 배어 나오는 작품이지만, 인간과 삶에 대한 보편적, 근원적 가치에 대한 물음을 담고 있는 만큼 종교적 거부감 없이 도덕적, 철학적 동화로도 읽을 수 있다. 짧은 분량과 쉬운 내용인데도, 책을 놓고도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삶의 질문을 담고 있다.
하나님의 지시를 어긴 후 벌을 받고 인간의 땅에 내려오게 된 천사 미하일이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는 과정을 다뤘다. 미하일은 하늘나라로 돌아가기 위해서 신으로부터 받은 세 가지 질문을 풀어야 한다.
미하일이 받은 세 가지 질문,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결국 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 스스로가 풀어야 할 인생의 숙제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삶의 목적과 의미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은 지식만을 잔뜩 나열하거나 눈앞의 처세를 다룬 다른 책들이 결코 갖지 못하는 고전만의 강점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대답은 ‘의대 아니면 법대’가 십중팔구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삶을 물어보면 “욕심 없어요, 평범하게 잘 살면 되죠”라고 답한다. 다시 ‘평범하다’ ‘잘 산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적당히 쓸 만큼 돈 좀 있고, 건강하고, 하고 싶은 것 하며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얼버무리기 일쑤다. 요즘 청소년들이 얼마나 인생을 피상적으로 그리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어쩌면, 인생을 이제 막 시작하는 청소년에게는 장래 희망이라는 것이 피상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 책을 읽고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을 곱씹어 보았으면 한다.
당장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돈과 물질을 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이런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인생의 밑그림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자신이 생각한 미래가 줄 수 있는 것과 줄 수 없는 것을 판단해야 한다. 이는 결국 ‘나’는 무엇으로 인생을 살아갈 것이며,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며, 톨스토이가 던진 세 가지 질문은 이에 도움을 줄 것이다.
톨스토이는 천사 미하일을 통해 인간은 ‘사랑’으로 살아간다고 말한다. 필자는 ‘꿈’이 아닐까 반문해 본다. 자기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 가야 하는 열아홉 살에게는 꿈이 인생의 목적과 의미를 결정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 동의할 필요는 없다. 톨스토이가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은 청소년들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스스로의 답변이 다른 이들에게 공허하게 들리지 않도록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그러면 이 책에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요긴한 재료들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주영기 고양시 대진고 교사 논리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