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사에서 기자로 있는 스테파니 쩌우(여·29) 씨는 요즘 TV 드라마 ‘대장금’ DVD를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쩌우 씨는 “드라마가 너무나 극적으로 전개돼 한번 보면 계속 보게 된다”며 “요즘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한국 음악과 영화, 음식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를 강타한 한류 열풍이 미국에도 상륙했다. 미국에서 한류 열풍의 진원지는 중국 일본 필리핀 등 아시아계 미국인.
특히 최근 미국에서 방송되는 중국어나 일본어 케이블TV에서 한국 드라마가 집중적으로 방송되면서 한국 드라마 팬이 크게 늘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아시아계는 1000만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한류는 아시아계가 많이 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 코리아타운인 맨해튼 32번가에 자리 잡고 있는 ‘AM뮤직’의 고객 중 한국인은 30%에 불과하다.
‘AM뮤직’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석 씨는 “‘내 이름은 김삼순’ DVD 세트는 가격이 110달러가 넘지만 물건이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라며 “아직까지는 아시아계 미국인이 주 고객이지만 최근 히스패닉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국 음반과 DVD 판매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류가 ‘아시아계 미국인’에서 ‘비(非)아시아계 미국인’으로까지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 DVD 수요가 미국에서 급증하자 DVD에 영어자막을 넣는 작업이 진행 중이기도 하다.
중국이나 일본 비디오 대여점에서도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이다. 중국인 인구 비중이 높은 뉴욕 시 퀸스플러싱의 중국 비디오 대여점은 많게는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가게 매출액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이러다 보니 홍콩이나 중국에서 흘러들어온 한국 드라마 해적판도 급증했다.
한국관광공사 로스앤젤레스 지사는 올해 7월에 ‘대장금’ 주 시청자인 중국계 미국인들을 상대로 ‘대장금’ 촬영지 등을 돌아보는 여행 상품을 내놓아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매달 2차례 한국 영화를 상영하는 뉴욕 한국문화원도 전체 관람객의 절반은 항상 한국인이 아닌 관객으로 채워진다. 우진영 한국문화원장은 “인기 있는 영화는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며 “영화가 끝난 뒤 이어지는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 내용을 들어 보면 한국 영화에 대한 이해 정도가 상당히 깊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할리우드에서 한국계 연기자들의 활약도 활발하다. ABC의 인기드라마 ‘로스트’에서 부부로 출연했던 대니얼 김(김대현)과 김윤진이 대표적인 연기자. 특히 대니얼 김은 얼마 전 연예주간지 ‘피플’이 누리꾼 투표로 선정한 ‘최고의 섹시남’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