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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록달록 얼룩덜룩 2005]키워드로 본 2005 취업 시장

입력 | 2005-12-14 03:00:00


《‘아직도 춥다.’ 2005년 취업시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올해 내수부진과 고(高)유가 등 악재에 시달리면서도 기업들이 지난해보다는 신규채용에 적극적으로 나서 숨통은 다소 트였다.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상장사 46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신규 채용규모는 4만2913명으로 작년(3만8842명)보다 10.5% 늘었다. 하지만 하반기(7∼12월) 평균 입사경쟁률이 사상 최대치인 111 대 1에 이르는 등 취업문은 여전히 좁았다. 취업전문업체 관계자들은 “기업에서 인원을 늘려 뽑았지만 학력과 연령제한을 두지 않는 회사들이 늘면서 ‘하향지원’과 ‘중복지원’이 많아 입사는 더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내년 채용시장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거라는 전망이 많아 구직자들이 겪는 ‘고통의 터널’이 끝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올 한 해 취업시장의 특징을 5개의 키워드로 분석해 봤다.》

●여풍당당

‘81년 만의 개혁.’

기업문화가 보수적이란 평가를 받던 삼양그룹에서는 상반기(1∼6월) 공채 결과를 이렇게 표현한다. 신입사원 25명 가운데 여성이 15명(60%). 창립 이래 공채에서 남성보다 여성비율이 높은 것은 처음이었다.

한진해운도 올해 대졸 신입사원 25명 가운데 15명(60%)이 여성이었다.

인크루트가 최근 125개 기업의 여성 채용비율을 살펴본 결과 지난해(26.1%)에 비해 3.5%포인트 늘어난 29.6%로 역대 최고치였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을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취업자가 28만 명 늘었는데 이 가운데 19만 명(68%)이 여성이었다.

●심층면접

정유회사 GS칼텍스의 면접은 까다롭기로 소문나 있다.

지원자들은 팀장급으로 구성된 면접위원들을 상대로 개별 프레젠테이션, 집단토론, 개별면접으로 구성된 1차 면접을 치른 뒤 허동수 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층의 2차 면접을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입사가 결정된다.

1일 합격한 이 회사 신입사원 김영욱(24·마케팅부) 씨는 “인성(人性)과 관련해서는 내 주관을 뚜렷이 표현하는 데 신경을 썼고 직무 쪽으로는 회사 홈페이지나 관련 기사를 통해 각종 통계와 수치 등을 철저히 파악하고 단계별 면접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1 대 1 면접, 토론면접, 영어면접, 2박3일 숙식면접 등 옥석(玉石)을 정확히 가려내기 위해 회사의 면접은 점점 다양화되는 추세다.

●열린채용

올 취업시장의 최대 화제는 공기업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불어 닥친 ‘학력·연령제한 철폐 바람’이었다.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공기업 56개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채용 시 학력이나 연령제한을 폐지한 곳이 무려 91.1%였다.

하지만 본보가 학력제한을 없앤 14개 주요 공기업을 취재한 결과 고졸 이하 합격자는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학력철폐가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도 나왔다. ▶본보 7월 8일자 A8면 참조

●고령취업

30년 이상 세무와 회계 업무를 하다 중견기업 임원직을 마지막으로 퇴직한 A(63) 씨는 요즘 동네 학원의 버스를 운전하고 있다. 그는 “건강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돈, 건강, 그리고 일자리가 필수”라며 “일자리를 찾은 뒤부터 더욱 젊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령 취업자가 많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0대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8.1%, 60세 이상 취업자는 5.2% 늘었다. 국내 전체 취업자 2318만 명 가운데 11%가 60세 이상이다.

●프리터族

취업이 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국형 프리터’족이 늘고 있다.

프리터는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돈이 급할 때만 임시로 취업할 뿐 정식으로 직장을 구하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자유롭게 살려는 ‘일본형 프리터’와 달리 ‘한국형 프리터’는 취업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한다.

인크루트가 회원 1028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아르바이트 구직자의 59.8%가 정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취업하고 더 좋은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하는 ‘취업 반수생’도 늘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이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기업 81개사를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평균 퇴직률이 28%나 됐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