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제이 험프리스(43) 감독과 이호근(40) 코치는 둘 다 농구선수 아들을 뒀다.
험프리스 감독의 장남 재비어(15)는 서울 외국인학교에서 포인트 가드로 뛰고 있다. 그의 꿈은 아버지처럼 미국프로농구(NBA)에 진출하는 것.
이 코치의 맏아들 동엽(13)은 서울 연가초등학교 졸업반 센터로 올 소년체전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최근 최고 유망주에게 주는 ‘이성구 상’을 받기도 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웃사촌인 험프리스 감독과 이 코치는 자랑스러운 아들을 뒀지만 요즘 같아선 농구를 괜히 시켰다는 후회를 할지도 모른다. 혹독한 시즌을 보내고 있어 자신의 뒤를 잇는 아들 역시 언젠가 비슷한 시련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13일 현재 3승 16패로 꼴찌. 선두 모비스부터 9위 SK까지 치열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전자랜드의 최하위는 ‘떼놓은 당상’이란 얘기도 있다. 연패에 허덕이면서 이 코치는 현역 시절 이후 10여년 만에 머리를 짧게 깎기도 했다.
그럼 전자랜드는 왜 부진에 허덕일까. 우선 모래알 같은 조직력이 꼽힌다.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농구 사령탑에 오른 험프리스 감독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다보니 선수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던 경기 막판 감독의 맨투맨 수비 지시에 어떤 선수들은 지역방어를 쓰다가 결정적인 3점슛을 얻어맞고 패한 적도 있었다. 득점 2위와 리바운드 1위를 달리는 용병 리 벤슨은 뛰어난 기량을 갖췄지만 지나친 개인플레이로 가뜩이나 허술한 팀워크를 더욱 약하게 했다. 이번 주말 겨우 복귀하는 앨버트 화이트의 부상 공백도 뼈아팠다.
최악의 시즌을 맞은 전자랜드의 한 고참 선수는 최근 “이렇게 하려고 농구 한 게 아니었다”고 괴로움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금 전자랜드에 필요한 건 신세한탄이 아니다.
정말로 위기를 이겨내려면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코칭스태프는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선수들은 늘 팀을 먼저 생각하는 희생 정신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매 경기 결승이라는 각오로 전력투구해야 한다. 아직도 35경기나 더 남아 있지 않은가.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