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더기(비리재단)를 잡는다고 장독(사학)을 깨면 안 됩니다. 사학재단이 아니라 사학(私學)을 수호하기 위해 범 종교계가 분연히 나설 것입니다.”
최성규(崔聖奎·사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14일 “한마디로 슬프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이 땅에는 120년 전부터 기독교 학교가 세워졌다. 그때는 정말로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세웠다. 공교육보다 훨씬 일찍 시작됐던 사학이 없었다면 한국의 신교육, 신문화가 이뤄졌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개정 사학법은 이러한 소명을 갖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학재단들을 모두 도둑놈 취급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최 회장은 “민주주의는 자유가 기본이며 자유는 또한 자율”이라며 “만일 비리 사학재단이 있다면 경찰이나 검찰이 나서서 법으로 제재를 하면 되는데 왜 장독을 깨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재판’에 보면 진짜 엄마는 아기를 칼로 자르지 못하지만, 가짜 엄마는 아기를 반으로 잘라서 달라고 합니다. 사학을 만든 사람에게는 사학이 잘났건 못났건 자식처럼 보이는 겁니다.”
그는 이어 “여야 정치권은 더는 국민을 표로 보지 말아 달라”며 “국민을 표로 보기 때문에 나라가 정체성을 잃고, 학교도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나 학생은 정치의 노리개가 아닙니다. 요즘 교육 현장에선 교원, 교사, 학생,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라는 말이 오갑니다. 그러나 예전에 우리에게는 ‘스승’과 ‘제자’라는 말밖에 없었습니다. 스승은 인격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앞으로 모든 역량을 다해서 ‘스승 찾아주기 운동’을 벌일 겁니다. 전교조가 아닌 스승이 자리를 찾는다면, 학교 사회에 이런 불신도 없어질 것입니다.”
최 회장은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은 정치를 하고, 법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대통령은 국민을 보고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며 “대통령이 개정 사학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독교뿐 아니라 7개 종단의 이름으로 탄원서를 낼 겁니다. 사학재단이 아니라 ‘사학’을 수호하는 국민운동본부를 만들려고 합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