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법 개정 파동이 자칫하면 종교계의 조직적인 ‘노무현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가톨릭 측은 어제 대책회의를 열고 “대통령이 이 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촉구하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법률 불복종 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톨릭 측은 “법률 불복종 운동은 그제 가톨릭학교연합회가 선언한 정권 퇴진 운동과 같은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개신교 측은 “거룩한 순교의 각오로 일어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지난날 반독재 투쟁 과정에서도 종교적 관용을 중시해 온건한 방식으로 주장을 펴 왔던 가톨릭 측이 정권 퇴진 운동이라는 극단적인 선택도 불사하겠다는 것은 헌정 사상 전례 없는 일이다. 가톨릭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새 사학법은 사립학교가 이 땅에서 수행했던 사회적 역할을 무시하고 그 권한과 명예를 탈취하는 것이며 사학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같은 선언에는 그제 김수환 추기경이 언급한 대로 교육 자체가 잘못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넘어 좌(左)편향 교육으로 국가의 정체성과 헌정 질서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짙게 배어 있다. 나아가 법률 불복종 운동까지 거론하는 것은 노 정권의 정당성에 대한 심각한 회의(懷疑)와 사실상의 부정(否定)을 표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당은 새 사학법에 ‘개방형 이사제’ 말고도 여러 독소조항을 끼워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권력이 사학에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당국이 제3자에 사학 운영권을 맡기기 쉽도록 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안에서조차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그런데도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사학들을 싸잡아 비리집단으로 모는 듯한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또 “위헌 요소가 있는 조항은 시행령에서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하지만, 모법에 문제가 있는데 시행령으로 보완한다고 얼마나 달라지겠는가.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읽을 때다. 사학법 반대를 일부의 ‘기득권 지키기’로 몰아세우는 선전 공세로 사학계와 종교계를 누를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할 국면이 아니라고 우리는 본다. 정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도전이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다.